꽃이 봄을 부르는지, 봄이 꽃을 이끄는지 하여튼 꽃이 있어서 봄답고 꽃을 가득 담은 봄은 볼수록 볼만한 계절이다. 봄의 때는 이름 모를 식물들의 살랑거리는 수줍은 속삭임에서 일어나는 아지랑이 웃음을 타고 우리의 가슴에 젖어든다. 소박한 꿈 잠을 자다 막 일어난 아가의 볼 살에서 느껴지는 풋풋함처럼 수줍은 옅은 미소로 얼굴 내민 식물들은 이 땅에 생명의 환희 가득 머금은 웃음을 색칠한다.
지구의 뜰에 가족이 되어있는 식물의 종(種)은 30만 종 내외로 보고 있으며, 꽃으로 취급되는 종은 약 8천여 종이라고 보지만 온실 화훼까지 합치면 수만 종에 이른다. 또한 한 종당 품종 수가 매우 많아 장미 한 종에서 발표된 품종 수만 해도 1만 5000여 종류가 된다.
대한민국의 뜰에 자생하는 식물은 170과 897속 2,898종 7아종 929변종 301품종 등 4,135종류가 있으며, 이 가운데 꽃으로 이용할 가치가 있는 것은 약 500여 종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자생종 이외에도 많은 외국품종이 도입되어 우리 땅에 꽃수를 놓고 있다.
꽃은 개화시기에 따라서 봄꽃·여름 꽃·가을꽃·겨울 꽃으로 구분하고, 재식시기에 따라서 춘식(春植)·추식(秋植)으로, 이용도에 따라서 꽃꽂이용·화분용·화단용·정원수로 나눈다. 그리고 재배장소에 따라서 노지 꽃·온실 꽃, 원산지에 따라서 열대·한대·온대 등으로 분류하며, 원예학적으로는 재배특성과 이용도를 고려하여 일년초·숙근초(宿根草)·구근류·화목류·관엽식물·식충식물·다육식물·수생식물·고산식물 등으로 분류한다.
식물의 꽃이 구성되는 요소는 암술, 수술, 꽃잎, 꽃받침인데 악보의 마디가 갖춘마디와 못 갖춘마디가 있는 것처럼 이 네 가지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는 꽃을 갖춘꽃이라고 하고 이 중 한 가지라도 갖추지 못한 꽃을 안갖춘꽃이라고 한다.
우리가 한 식물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예쁨을 치하하는 꽃은 그 식물이 자손을 퍼뜨리기 위해서 존재하는 생식기관이다. 동물과는 달리 식물은 암술과 수술이 한 꽃에 존재하는 경우가 70% 정도를 차지하는데 암술과 수술이 한 꽃 안에서 한 방을 쓰는 꽃을 양성화라고 하고, 암술과 수술이 서로 다른 꽃에 있어 각방을 쓰는 것을 단성화라고 한다.
꽃에는 항상 예쁘다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가끔은 호박꽃에 만큼은 인색함이 달라붙지만 아마도 호박꽃이 예쁘지 않아서가 아니라 눈앞에 있는 사람의 얼굴이 호박같이 널따란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려는 선하지 못한 생각 때문에 희생 꽃이 되는 것 같다.
그런데 꽃들은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변해가든 상관없이 해 마다 그때가 되면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오는데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 것일까? 어둑 캄캄한 토양 속에서 어떻게 계절의 변화를 알고 살포시 얼굴을 내미는 것일까? 산책을 하다 선두주자로 얼굴보인 제비꽃과 개불알꽃에게 인생 샷을 찍어주며 다가가 물어보았다. 그저 웃기만 한다. 때 마침 꿀벌 한 마리가 날아와 우리의 대화를 훼방한다.
나보다 먼저 이를 궁금해 하던 식물학자가 있었다. 1920년대 미국 농무부 산하 메릴랜드연구소에 근무하던 가너 박사와 앨러드 박사는 한 식물로 다양한 유전자 실험을 하다 우연히 돌연변이 식물을 얻었는데 이 식물은 꽃은 피우지 않고 키만 엄청나게 자라게 되자 들판에 내다 버렸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온실에선 꽃을 피우지 않던 식물이 들판에서는 꽃을 피운 것을 보게 된다. 그들은 이것을 두고 연구 끝에 하나의 사실을 알아냈다. 온실은 밤늦게까지 인공조명이 낮처럼 환하게 비치지만 야외는 광(光)주기가 짧기 때문에 그 식물이 이를 계절의 변화로 인식하고 꽃을 피운 거였다. 이렇게 식물은 빛의 주기를 통해 전달된 생체 시계로 계절의 변화를 감지하여 때에 맞는 꽃의 얼굴을 우리에게 선사하는 것이다.
주님의 뜰에도 수많은 다양한 품종의 꽃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황인종 꽃·흑인종 꽃·백인종 꽃, 남자 꽃·여자 꽃, 노인 꽃·중년 꽃·청소년 꽃·아이 꽃, 평신도 꽃·집사 꽃·권사 꽃·안수집사 꽃·장로 꽃·목사 꽃 등이 있다. 화훼 농장의 농부이신 하나님께서 보시기에는 이 모두가 어여쁜 하나님의 자녀 꽃일 테고, 우리와 세상 사람들은 그리스도인 꽃이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주께서 택하시고 가까이 오게 하사 주의 뜰에 살게 하신 사람은 복이 있나이다 우리가 주의 집 곧 주의 성전의 아름다움으로 만족하리이다”[시편 65:4]
꽃은 인간에게 큰 기쁨과 좋은 향기와 생명의 기운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인생의 덧없음을 시사(示唆)하기도 한다. 지면에 떨어지는 꽃잎들의 마지막 외침은“인간들이여 지금 가진 소중한 모든 것들은 내 스스로 지키고 간직할 수 없는 것임을 속히 깨달으소서”하며 마지막 숨을 내려놓는 것 같다. 제 아무리 예쁘고 아름다움으로 한 계절을 수놓는 꽃이라 할지라도 메뚜기 한 철이 되어 또 다른 계절의 제철 꽃이 등장하면 어쩔 수 없이 뒷전으로 밀려 마른 풀과 같이 되어 사라진다.
“인생은 그 날이 풀과 같으며 그 영화가 들의 꽃과 같도다”[시편 103:15]
그러나 생명의 주인이신 우리 주님은 그의 뜰에 심겨진 믿음의 꽃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들이지도 아니하되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기르시나니 너희는 이것들보다 귀하지 아니하냐”[마 6:26]. 그리고 “들의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가 생각하여 보라 수고도 아니하고 길쌈도 아니하느니라......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져지는 들풀도 하나님이 이렇게 입히시거든 하물며 너희 일까보냐 믿음이 작은 자들아”[마 6:28, 30].
주님의 뜰에 심겨진 꽃은 언제 쨍하고 해 뜰 날이 올까? 언제 이른 비와 늦은 비가 내릴까? 언제쯤 살랑 바람이 일까하고 얼굴 찡그리며 염려할 필요가 없다. 언제나 아름답고 예쁜 꽃의 자태를 드러내야 한다. 그 원천은 믿음이다. 씨방에 믿음이 작아 속히 말라버리고 오므라들면 다음 생명을 잇댈 수 없다.
“마음의 즐거움은 얼굴을 빛나게 하여도 마음의 근심은 심령을 상하게 하느니라”[잠언 15:13]
주님의 뜰에 심어진 꽃들은 한 결 같이 양성 주광성이다. 하나님께서 비추이는 빛을 받아야만 회복하고 성장하며 꽃을 피우고 결실을 한다. 창조주이신 하나님께서 비추이시는 생명의 빛은 계절과 상황에 구애받지 않는 온전하고 완전함으로 내리 비추이는 빛이다. 언제든지 양성주광성의 믿음으로 빛을 향하게 되면 시절을 좇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된다.
지면에는 꽃이 활짝 피고 지상에는 새들의 노래가 향연(饗宴)을 한다. 우리도 얼굴을 펴고 기쁨과 감사와 사랑의 향기를 날리고, 입을 열어 생명의 노래를 부르자. 주께서 따사로운 빛으로 이끄시고 꽃향기처럼 생명의 호흡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뜰에 심겨진 나의 어여쁜 자들아 이제는 일어나서 함께 가자.
“지면에는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할 때가 이르렀는데 비둘기의 소리가 우리 땅에 들리는구나 무화과나무에는 푸른 열매가 익었고 포도나무는 꽃을 피워 향기를 토하는구나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아가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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