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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 찢으라
임현희 2021-06-04 추천 14 댓글 0 조회 1155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 일제고사에서 모처럼 100점을 놓친 대가는 혹독했다. 할머니의 가문의 위기감을 감지하신 깊은 한숨 소리, 아버지의 침묵의 회초리, 어머니의 새벽기도회를 다녀오신 뒤 머리맡에서의 하나님께 지혜를 구하는 기도 목소리의 커짐, 그리고 형제들이 눈치 보며 책상머리에 오래 앉게 된 보이지 않는 벌칙 등이다.

 

  이러한 며칠간의 긴장이 감도는 시간이 벗겨나 다시금 입이 열리고 역공할 기회가 도래했다. 첫 신호탄은 옷 타령이었다. 5년 차이가 있는 형의 옷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입게 된 것에 대한 불만, 길이가 길어서 몇 번 접어서 입는 것에 대한 불만, 무릎과 팔꿈치가 불룩 나오고 팔목이 너덜너덜 늘어난 옷을 입게 된 것에 대한 불만을 몇 곱으로 켜켜이 쌓아 집안 가득하게 쏟아내었다.

 

  이렇게 할머니와 부모님을 향한 세대간 탄도미사일 발사에 형제들은 동감하며 작은 포 사격이라도 지원해 줄 줄 알았다. 그런데 어른들은 마음의 지축이 한 뼘도 요동하지 않는데 의외로 누나에게서 요격미사일이 발포되었다. “누나는 교복 속에 입은 검정 티의 팔꿈치가 구멍이 나서 오늘은 거꾸로 돌려 입고 등교하여 체육 시간에 옷을 갈아입을 때는 구멍 난 옷을 감추기 위해 팔 굽이를 펼 수 없었다. 그래도 넌 찢어지거나 구멍 난 옷은 아니잖니.”일순간 긴 침묵이 흘렀고 발발하려던 전쟁은 초기에 진압되었으며 나는 애꿏게 동생을 툭 치며 방에 들어가 책 속에 부끄러운 얼굴을 묻을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 옷은 날개이기에 앞서 부와 가난의 표상이었다. 깨끗한 옷, 제 몸에 맞는 옷, 상표가 붙어있는 옷을 입고 다니면 있는 집 자식처럼 보였고, 꾀죄죄한 옷, 바지와 팔목을 몇 번 접거나 구멍 나고 찢어진 색바랜 옷을 입고 다니면 그렇고 그런 집에 사는 자녀로 여김을 받았다.

 

  학교에서는 100점을 맞는 실력을 지녔다든지, 옷이라도 반듯하게 입든지, 매일 생라면봉지라도 하나 들고 가야 그나마 말발이 서고 친구들이 다가섰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래서 100점이라도 맞으려고 그렇게도 발버둥 쳤단 말인가.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일부 젊은이들의 날개옷 중에는 찢어진 청바지가 있다. 일명찢청이라고 부른다나. 찢청은 무릎이나 허벅지의 옷감이 헤어지거나 찢어져 있고 어떤 경우에는 옷감의 일부를 도려낸 것처럼 맨살이 훤히 들여다 보이게 만들어져 있다.

 

  찢청을 입은 사람은 조금은 과감해 보이고, 시원해 보이기도 하고, 열린 통쾌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신세대 생각을 밀어내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우리 자녀에게 그런 옷값은 지불 하여 입히고 싶지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찢청을 입는 세대들이 요즘 사용하는 단어 중에는찢었다라는 말이 있다. 가령 이 무대 그가 찢었다”“이 경기 그 선수가 찢었다등등으로 사용한다. 이 말은 제대로 노래를 불러 무대를 살렸다 그리고 그 선수의 경기력으로 승리하게 되었다는 칭찬을 애 둘러서 사용하는 표현이다. 그렇다고 찢청을 입어야만 세상에서 찢었다 할 만한 생애를 살 수 있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의외로 성경에도찢었다또는찢으라는 표현이 많이 등장한다. 그 표현은 하나님께서 자주 사용하신 말씀인지라 더욱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다. 하기야 우리 아빠 아버지는 참 신이신 신세대 이시니깐.

 

  성경에 나타난 찢음은 주로 하나님께서 회개를 촉구하시면서 마음을 찢으라 하실 때 사용하셨고, 개인적으로는 슬픔과 억울함을 가눌 길이 없을 때는 옷을 찢음으로 극에 달한 슬픔과 분노를 표출하기도 하였다.

 

  엘리야 선지자의 책망을 들은 아합 왕은 죄를 회개하며 옷을 찢었고(왕상 21:27), 요시야 왕은 성전 수리 중에 새로 발견된 율법 책을 읽으며 회개함으로 옷을 찢었으며(대하 34:19), 야곱은 사랑하는 아들 요셉을 잃은 슬픔에 옷을 찢었고(27:34), 여호수아와 갈렙은 가나안 입성을 두려워하는 백성들을 향한 분노로 옷을 찢었다( 14:6). 또한 입다는 자신의 성급한 서원으로 인해 딸이 죽게 된 것을 슬퍼하며 옷을 찢었고(11:35), 모르드개는 모든 유대인들을 멸절시키려는 하만의 궤계를 알고 탄식하며 옷을 찢었으며(4:1), 욥은 갑작스럽게 당한 엄청난 재난 앞에 이를 슬퍼하며 옷을 찢었고(1:13-20), 바나바와 바울은 자신들을 신으로 여기는 루스드라 사람들 앞에서 옷을 찢었다(14:14).

 

  사람들은 하나님 앞에서 옷을 찢고 얼굴에 재를 무릎 쓰고 굵은 베옷을 입으며 회개하는 야단법석을 떨었지만 하나님은 그런 겉모습의 찢음에 마음을 열지 않으셨다. 자기 분노를 해소하고 감정을 조절하려는 얄팍한 시도 앞에 하나님은 오히려 분노하시며 마음을 찢으라고 말씀하신다.

 

너희는 옷을 찢지 말고 마음을 찢고 너희 하나님 여호와께로 돌아올지어다 그는 은혜로우시며 자비로우시며 노하기를 더디하시며 인애가 크시사 뜻을 돌이켜 재앙을 내리지 아니하시나니”[마태복음 27:51]

 

  은혜로우시며 자비로우시며 노하기를 더디하시며 인애가 크신 하나님은 먼저 재앙을 내리실 뜻을 접어 두시고 하나님께로 돌아올 방법을 구체적으로 말씀하신다. 마음을 찢으라는 것이다. 속사람을 찢어 모든 불의함과 죄악을 쏟아내 버리고 하나님을 따라 의와 진리의 거룩함으로 꿰매어 입혀 주신 새 사람의 마음을 입어야 폼 나는 하나님의 자녀와 빛과 소금의 사명을 잘 감당하는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 앞에서 내가 먼저 마음을 찢고 하나님께로 돌아가지 아니하면 하나님께서 찢으신다 하신다. 하나님의 찢으심이 내 마음에 손 닿아지면 이미 살 기회는 물 건너간 상태가 된다.

 

하나님을 잊어버린 너희여 이제 이를 생각하라 그렇지 아니하면 내가 너희를 찢으리니 건질 자 없으리라”[전도서 3:7]

 

  범사에는 기한이 있다. 그 기한에 기회를 얻어야 살길이 열리고 칭찬받을 일도 생겨난다. 내가 하나님 앞에서 마음을 찢는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하나님께서 꿰매주실 기회도 얻을 자격이 있다. 때를 알자. 때를 놓치지 말자.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다.

 

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으며 잠잠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으며”[요엘 2:13]

 

  하나님께서 사랑하는 자녀들을 다시는 찢을 일이 없도록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대속 죽음을 통해 성소 휘장을 위로부터 아래까지 찢어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활짝 열린 문을 개설해 주신 사랑을 잊지 말자.

 

  지금은 세상의찢청을 입고 마음은 두려움과 불안으로 채워진 공허한 생애를 살 때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 찢어진 마음으로 나아가 다시금 꿰매어 주시고, 입혀 주신 새 마음의 옷을 입고 은혜와 자비와 인내의 보혈 카펫을 밟으며 주의 발자취를 더욱 힘있게 따를 때이다. 이제 세상의찢청을 벗어내 버리고 주님께서 입혀 주신찢심을 입자. 마구 찢어야 멋지고 사랑받는 그리스도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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