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6월 30일 국내의 한 공영방송에서는 한국전쟁과 분단의 아픔이라는 소용돌이 속에 따뜻한 가족의 손을 놓친 채 30년 넘게 생사조차 모르던 이산가족을 찾아 주는 특별기획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프로그램이 생방송으로 진행되었다.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은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켜 방방곡곡의 이산가족들이 방송국으로 애끓는 사연을 보내왔고, 방송국 담벼락에는 이산가족을 찾는 수만 장의 벽보가 붙었다. 무려 4개월 가까이 이어진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으로 인해 1만 189건의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졌다. 그리고 2년 후인 1985년에는 분단 후 최초로 고향 방문단과 공연 예술단이 남북을 오가게 되었다.
“너희는 여호와를 만날 만한 때에 찾으라 가까이 계실 때에 그를 부르라”(이사야 55:6)
동서를 막론하고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서나 이산가족의 비극은 있었다. 한국에서는 고려시대의 공녀제도(貢女制度)와 홍건적, 거란족의 침입에서도 찾아볼 수 있으며, 임진왜란, 정유재란 및 병자호란으로 이어지는 조선시대의 연이은 외침 속에서도 가족 이산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오늘날 이산가족은 전쟁과 정치적 격동의 부산물로 세계 도처에서 볼 수 있다.
한반도 이산가족의 원형은 조선시대 말기에서 일제강점기까지 해외로 강제이주 되어간 사람들에게서 발견된다. 즉 일제강점기나 그 이전의 이산가족은 중국이나 구 소련, 하와이, 일본 등지로 떠나는 강제이주자들이 발생하면서 국내의 가족들과의 이산을 통해 형성되었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해방이 되어 귀환했지만, 귀환하지 못한 채 그곳에 머물러 있었던 수백만 여 이산가족들은 결국 한반도가 분단되면서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이 더욱 멀어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한반도 밖의 해외 이산자들은 한반도에 세계적 탈냉전의 온풍이 불어오기까지 오랫동안 전형적인 이산자로 남아 있었다. 1945년 8월 15일 광복과 더불어 1950년에 발생한 한국전쟁으로 고착화된 분단은 이 땅에 이산가족을 낳는 새로운 악조건이 되었다.
“내가 밤에 침상에서 마음으로 사랑하는 자를 찾았노라 찾아도 찾아내지 못하였노라”(아가 3:1)
시대의 아픈 조류 때문에 이산된 가족을 찾는 사람, 삶의 자리에서 의지가 될 사람을 찾는 사람 그래서 지구촌은 온통 사람을 찾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런데 해 마다 여름의 계절이 되면 사람을 애타게 찾는 무리가 있다. 지루한 장마의 한 발짝 뒤에는 무더위가 찾아든다. 장마로 인해 고인 물에서 실컷 물놀이를 하던 모기는 실증을 느끼고 이제 극성스럽게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남극 대륙을 제외한 지구 상 어느 대륙이나 살고 있는 모기는 매년 일본뇌염, 말라리아, 뎅기열, 황열병, 치쿤구니아열병, 지카바이러스 등의 질병을 옮겨 매년 70만 명의 사람 목숨을 앗아가는 위협적인 곤충이다.
“그들이 네게 말하기를 우리와 함께 가자 우리가 가만히 엎드렸다가 사람의 피를 흘리자 죄 없는 자를 까닭 없이 숨어 기다리다가 스올 같이 그들을 산 채로 삼키며 무덤에 내려가는 자들 같이 통으로 삼키자”(잠언 1:11-12)
지구상에는 3500여종의 모기, 국내에는 56종의 모기가 있는데, 모기의 종마다 선호하는 동물이 다르다. 포유류나 새는 물론 매미, 사마귀 같은 곤충을 공격하기도 한다. 사람의 피를 선호하는 종은 전체 중 일부인 200종정도이다. 모기는 먹잇감인 사람을 찾아낼 때는 사람이 호흡으로 내뿜는 이산화탄소(CO2)와 사람의 몸에서 나는 냄새, 즉 체 취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모기는 30m 떨어진 곳에서도 ‘먹잇감’의 냄새를 찾아낼 수 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모기에게 정교한 센서가 있기 때문이다. 모기의 더듬이와 코에는 150여개의 수용체가 있다.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게재된 미국 워싱턴대학 연구팀 논문에 따르면 “모기가 특정 화학물질을 후각으로 인식하면 뇌에 변화가 생기고, 그 후 시각을 동원해 먹잇감을 찾는다.”고 한다.
체취는 피부를 통해 사람이 배출하는 화학물질, 그리고 피부에 붙어사는 미생물에 영향을 받는다. 모기는 종류에 따라 끌리는 화학물질도 다르다. 임신부의 경우 상대적으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고 체온도 높아 모기에게 잘 물리는 편이다. 모기가 맥주를 마신 사람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O형 혈액형을 가진 사람이 A형 혈액형을 가진 사람보다 두 배는 잘 물리고, B형은 그 중간쯤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으나 신빙성은 높지 않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모기가 사람의 피를 먹을 때는 주사기나 빨대를 사용하지 않는다. 암컷 모기의 입에는 여섯 가지의 무기를 장착하고 있는데, 한 쌍의 큰 턱과 한 쌍의 작은 턱, 한 개의 윗입술과 한 개의 아래인두 등이 마치 스위스 군용 칼인 속칭 맥가이버 칼처럼 모여 있다. 모기는 이들 기관을 송곳처럼 사용해 사람의 피부를 뚫기도 하고, 면도날처럼 사용해 베기도 한다. 모기는 또 이 기관들을 톱으로, 지렛대로, 피부를 잡는 집게로도 활용하기도 한다. 혈관을 뚫는 것은 윗입술의 역할인데, 아무 데나 찌르는 것은 아니다. 윗입술의 끝에는 혈액 화학물질을 감지하는 수용체가 있어서 정확히 혈관을 찾아 찌른다. 혈관을 뚫고 들어간 윗입술은 빨대의 역할을 한다. 아래인두는 속이 비어있고, 여기를 통해 모기의 타액(침)이 사람의 혈관으로 들어가게 된다. 모기의 침에는 혈액이 응고하지 않도록 하고 혈관을 확장하는 화학물질이 들어있다.
사람들은 모기를 피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풀이나 짚을 태우는 모깃불을 피우는 것도 오래된 방법이다. 모기가 알을 낳는 웅덩이 같은 서식지 자체를 없애는 것도 중요하다. 모기가 알을 낳을 만한 장소에 미꾸라지나 금붕어 등을 풀어 물고기가 유충을 잡아먹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미꾸라지는 하루에 1000마리 이상의 모기 유충(장구벌레)을 포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살충제를 뿌리기도 했지만, DDT같은 살충제는 사람이나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나 사용이 금지됐다.
그런데 모기 퇴치는 거창한 방법을 동원하지 않아도 모기가 주변에서 앵앵거리면 팔을 휘젓거나 찰싹 손뼉을 쳐서 모기를 쫓으면 된다. 모기는 사람의 체취를 맡고 접근하지만 동시에 공기의 진동을 받게 되면 모기는 대단히 불편해한다.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미국 워싱턴 대학의 제프 리펠 박사는 “모기는 사람의 체취를 기억하고 그런 체취를 가진 사람을 찾아낸다”며 “모기는 공기의 진동과 특정한 사람의 고유한 체취를 연결시켜 기억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래서 공기 진동과 특정한 개인의 체취와 연결되면, 모기는 그 냄새에 불편해지고 그 냄새를 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모기는 24시간 동안 이런 안 좋은 기억을 간직하며, 24시간 뒤에는 잊어버린다. 그 사이라도 같은 방에 다른 사람이 새로 들어오면 모기는 그 사람의 체취를 맡고 피를 빨기 위해 접근한다. 하지만 한정된 방 안에 모기가 한두 마리만 있다면 이 방법이 통할 수도 있겠지만, 야외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한편, 모기에 물렸을 때 가려움증을 해소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모기에 물린 곳이 가려운 것은 모기의 침 성분인 포름산 때문이다. 포름산은 약 40도의 열이 가해지면 성질이 변해서 가려움증이 완화된다. 따라서 헤어드라이어로 뜨거운 바람을 쏘이게 되면 가려움증이 완화된다. 또 한 가지 방법은 모기에 물린 곳에 얼음으로 찜질을 하게 되면 감각이 둔해져서 가려움증이 줄어들고 붓기가 감소한다. 또한 모기의 침은 산성이기 까닭에 알칼리성인 베이킹소다에 물을 약간 걸쭉하게 만든 후 물린 부위에 펴 바르고 잠시 후에 씻어내면 산성화된 피부가 중화되어 가려움이 진정된다. 그런데 경험적으로 가장 즉효를 나타냈던 방법은 모기에 물린 부위에 침을 바르고 손톱으로 열십자 모양으로 꾹 하고 눌려주면 가려움증이 해소되었던 기억이 있다.
저 멀리 30m 동떨어진 곳에서부터 나를 찾아“앵~앵~”사이렌을 울리며 찾아오는 모기는 결코 환영해서는 아니 될 달갑지 않은 대상이다. 나의 고급 혈액형 O형 피를 빨아먹고 그것도 모자라 생명까지도 앗아가는 균을 주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기가 제아무리 곱디고운 사이렌을 울리며“사람을 찾습니다”하고 앵앵 방송을 해도 인터뷰에 응하거나 헌혈 아닌 헌혈에 팔뚝 맡겨서는 아니 될 것이다.
그런데 사람의 영혼 깊숙이까지 울리는“사람을 찾습니다”소식이 지구촌 곳곳에 쩌렁쩌렁 울린다. 시간과 공간에 구해됨도 저해됨도 없이 전해지는 소식이기에 아무도 변명할 여지가 없다. 그 소식은 생명을 주려는 움직임이며 긴급히 들어야 할 속보이다. 그 소식은 죄로 인해 오염되어 생명을 앗아갈 피 통로에 영원한 생명의 피를 주입하시기 위해 하늘에서부터 기다란 빨대를 꽂으시기 위해 사람을 찾아오신 복음이라는 걸음이다. 그 소식은 산과 강을 건너고 대륙을 넘는 정도가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의 품에서부터 발원된 소식이다.
“인자가 온 것은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려 함이니라”(누가복음 19:10)
그“사람을 찾습니다”의 걸음은 고통을 평안으로, 인생의 가려움을 시원함으로, 죽음을 생명으로 소생시키기 위한‘찾음’이다. 그러므로 그 찾음에 외면하고 의심과 부정의 퇴치 약을 살포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음껏 나를 노출시켜야 한다. 손을 내저어 내 쫓을 것이 아니라 내게 오라고 손짓해야만 한다. 팔뚝 가릴 것이 아니라 심장까지 세포 하나까지 내어 주어야 한다. 적극적으로 마치 영혼의 모기처럼 그 생명의 피인 보혈을 흡입해야 한다.
“나의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또한 뒤로 물러가면 내 마음이 그를 기뻐하지 아니하리라 하셨느니라”(히브리서 10:38)
이 땅 곳곳의 사람의 시선과 청각과 발길이 닿는 길목에는‘사람을 찾습니다’라는 생명의 벽보가 붙어있다. 자세히 읽어보니 동일한 한 아버지께서 수많은 아들과 딸을 찾는 애절하고 애타는 기다림의 사연이다. 걸음 멈추고 나를 찾으시는 아버지의 사연을 빨리 찾아내자.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팔뚝 아니 영혼까지 내어 맡기며 그 품에 안기자. 잠시 후 눈 떠보면 길이 열려있고, 진리가 펼쳐져 있고, 생명이 가득함이 있으리라. 하나님은 사람을 찾으러 오신 것이 아니라 나를 찾으러 오셨음을 영원토록 만끽하게 될 것이다.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 이는 혈통으로나 육정으로나 사람의 뜻으로 나지 아니하고 오직 하나님께로부터 난 자들이니라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요한복음 1: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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