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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고마비(天高馬肥)
임현희 2016-11-10 추천 5 댓글 0 조회 1979

 

올 여름은 유난히 더웠고 그 날이 길었다. 가무는 계절을 잘도 견딘 사람과 나무에게 창조주 하나님은 보상이라도 하듯이 하늘 높음을 배경으로 더욱 아름다운 단풍의 계절을 주셨다.‘단풍’(丹楓)은 단풍나무 잎의 붉음만을 말하지 않는다. 가을이 되면 잎이 떨어지기 전에 초록색 엽록소가 파괴되어 그것에 가려져 있던 색소들이 붉은 색, 노란 색, 갈색, 주황색, 초록색 등으로 나타난다.

 

붉은색으로 가을을 입히는 단풍은 잎 속에안토시아닌이라는 색소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나타난다. 그리고 그 옷을 즐겨 입는 나무는 단풍나무, 산벚나무, 화살나무, 붉나무, 옻나무, 산딸나무, 매자나무, 윤노리나무 등이 있다. 또한 은행나무 잎처럼 노랗게 물드는 것은 잎 속에카로티노이드라는 색소가 많아지기 때문이며 고로쇠나무, 느릅나무, 포플러, 피나무, 플라타너스 등이 친구삼아 계절을 수놓는다. 또 한 그룹이 있다. 안토시아닌 대신 타닌을 많이 함유하여 갈색의 잎으로, 이 옷이 제대로 된 가을색이라고 한들거리는 느티나무, 침엽수 등이 있다.

 

이러한 나무들이 저마다의 가을 옷을 입고 단풍놀이를 하는 것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선 낮과 밤의 온도차가 심해야 하는데 보통 하루 평균기온이 15정도가 되어야 하며, 갑자기 기온이 떨어짐보다는 서서히 내려갈 때 더욱 예쁜 색깔로 채색되고, 발목으로부터 단풍 옷을 입기 시작한지 십 여 일이 되었을 때 절정의 완제품을 맛보게 된다.

 

하지(下地)에서는 제 스스로 온 입은 듯 단풍이 설악산, 내장산, 오대산 그리고 인근의 모악산을 찾아다닐 때, 상천(上天)에서 하늘은나의 높고 맑음이 너의 옷 색깔을 선명하고 고운 빛을 내게 했다며 청명한 눈빛과 너그럽고 포근한 마음으로 온 대지를 감싼다.

 

가을을 이야기 할 때면 함축된 언어로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고 말하곤 한다.“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뜻으로 청명한 하늘과 한 해의 소출로 인한 풍성함의 계절을 나타내는 말로 사용된다. 그런데 이렇게 아름다운 단풍의 계절 가을을 엑기스로 표현한천고마비에게 흑역사(黑歷史) 가 있음을 알고 있는가!

 

은나라 때부터 중국 북방에 나타나 괴롭히던 흉노족은 이천 여 년에 걸쳐 각 세대의 왕조나 백성들 모두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초원을 생활의 근거지로 삼아 유목생활을 하던 그들에게 말을 타는 기동력은 가장 큰 강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기병이 매우 강하였고 그 기동력을 이용하여 수시로 국경을 넘어와 중국 북변을 휘저으며 약탈을 하고 다시 바람처럼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고대 왕들은 흉노의 침입이 가장 큰 근심거리였다. 천하통일을 이룩한 시황제는 북방의 장성들을 증축하여 만리장성을 쌓아 흉노의 침입을 대비하였지만 만리장성도 흉노의 침입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정도였다. 만리장성은 너무도 길고 관리 유지하기에는 너무 큰 비용이 들었기 때문에 침입을 제대로 막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중국 변방에 사는 백성들은 흉노족을 귀신보다 무서운 존재로 여길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천고마비는 두보(杜甫)의 증조부인 두심언(杜審言)이 북쪽 변방을 지키러 나간 친구 소미도(蘇味道)에게 보낸 편지에, 흉노족의 침입을 경계하라는 뜻으로 사용한데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단풍색 오색 찬연한 우리네 가을을 고급지게 표현한다는천고마비가 중국인들 입장에서는 어둡고 기가 막힐 지난 세월을 떠올리는 말이 된다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흔히 사람이나 짐승에게 살이 많아진 상태를살찌다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그 살찜은 건강함으로 살찜도 있겠고, 비대해진 살찜도 있을 것이다. 나무에게 있어서 단풍은 한 해 동안의 걸음걸이를 마무리하는 폐막식과도 같다. 그 화려함의 뒤안길에는 성장함의 표식이 나이테로 아로 새겨진다. 나이테의 두께는 건강한 나무로 살쪄 성장함의 그래프이다.

 

우리는 깊어가는 가을 녘 까지 높은 곳에 계신 하나님의 은혜의 햇살을 받으며 지내오고 있다. 수목이 그 햇살을 받아 길이 자람과 부피 자람을 균형 있게 가졌다면, 우리도 분명 성장도를 하나님께 보여 줄 것이 있어야만 한다. 무엇보다도 하늘 높은 곳에 계신 하나님을 의지하며 우리의 말(언어)이 얼마나 건강함으로 성장했는지 뒤 돌아볼 일이다.

 

말은 내 뱉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길을 가다가 무심코 내 뱉는 침을 뒤돌아보고 확인하는 사람은 없다. 말도 아무 의미 없이 침 내뱉듯이 휙휙 던져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깊이 생각하고 인격과 인품을 담아 때에 맞는 말을 해야 하며, 결과를 확인하고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말은 듣는 사람에게 삶의 건강함을 안겨 주기도 하고 광야의 떨기나무 같은 인생으로 전락시키고 생을 불사르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그 보다 먼저, 나의 인격을 건강하게 살찌게도 하고, 온갖 더러움의 비개덩어리로 살찌게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말이 직선적이고 생각 없이 내 뱉게 되면 창끝이 되지만, 따뜻하고 사랑의 마음이 담겨지면 엄마의 손바닥이 된다. 그래서 언어에는사실언어감정언어가 있다. 사실대로 말하다보면 상대의 감정을 상하게 하기가 쉽고 더 큰 아픔을 양산시킨다. 그러나감정언어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따뜻하고 긍정적인 언어로 사람을 기쁘고 행복하게하며 일으켜 다시 세움을 안겨준다. 나의 말하려는 의도는 얼마든지감정언어만으로도 충분히 전달할 수 있고 상상 이상의 단풍잎 감성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있다면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 과정 속에서 한 마디의 말이나 한 문장의 글이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도 한다는 것이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 로버트 치알디니 교수는 그의 책설득의 심리학에서사람들은 무엇인가를 믿거나 어떻게 행동할지를 결정할 때 주로 다른 사람들을 살펴보고 따르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그 예로 영국에서 연체된 세금을 걷을 때 독촉장에영국인 90%가 세금을 냈습니다라는 문장을 넣었더니 연체된 세금 납부 비율이 57%에서 86%로 올라갔다고 한다. 같은 자리에서천고마비를 이야기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오색 단풍으로 마중나올 것이고 또 다른 사람은 흉노족을 떠올릴 사람도 있을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그러므로 경우에 합당하고 적절한 말을 할 줄 알아야 건강한 인격을 가진 사람이 되며 사람을 얻고 강건한 그리스도인이 된다.

 

경우에 합당한 말은 아로새긴 은 쟁반에 금 사과니라”(25:11)

 

내가 즐겨 입에 담고 자주 사용하는 말은 결국 내 인격이 그런 제작소임을 주변 사람들에게 스스로 알리는 일이 된다. 그리고 그 말을 하였든지 아니면 내 뱉었든지 간에 주님 앞에서 책임적인 답변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사람이 무슨 무익한 말을 하든지 심판 날에 이에 대하여 심문을 받으리니”(12:36)

 

그래서 성경은 하나님의 자녀로서 우리의 말이 영적으로 건강하게 살찌워 참된 그리스도의 사람으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며 삶의 가치를 높이는 고급 진 인생을 살도록 곳곳에서 하늘 높으신 곳에 계신 하나님의 음성을 들려주신다.

 

입을 열어 지혜를 베풀며 그의 혀로 인애의 법을 말하며”(31:26)

여호와여 내 입에 파수꾼을 세우시고 내 입술의 문을 지키소서”(141:3)

말이 많으면 허물을 면하기 어려우나 그 입술을 제어하는 자는 지혜가 있느니라 의인의 혀는 순은과 같거니와 악인의 마음은 가치가 적으니라 의인의 입술은 여 러 사람을 교육하나 미련한 자는 지식이 없어 죽느니라”(10:19-21)

의인의 입은 지혜를 내어도 패역한 혀는 베임을 당할 것이니라”(10:31)

사람은 입의 열매로 인하여 복록을 누리거니와 마음이 궤사한 자는 강포를 당하 느니라”(13:2)

지혜로운 자의 입술은 지식을 전파하여도 미련한 자의 마음은 정함이 없느니 라”(15:7)

허물을 덮어 주는 자는 사랑을 구하는 자요 그것을 거듭 말하는 자는 친한 벗을 이간하는 자니라”(17:9)

말을 아끼는 자는 지식이 있고 성품이 냉철한 자는 명철하니라 미련한 자라도 잠 잠하면 지혜로운 자로 여겨지고 그의 입술을 닫으면 슬기로운 자로 여겨지느니 라”(17:27-28)

명철한 사람의 입의 말은 깊은 물과 같고 지혜의 샘은 솟구쳐 흐르는 내와 같으 니라”(18:4)

미련한 자의 입술은 다툼을 일으키고 그의 입은 매를 자청하느니라 미련한 자의 입은 그의 멸망이 되고 그의 입술은 그의 영혼의 그물이 되느니라 남의 말하기를 좋아하는 자의 말은 별식과 같아서 뱃속 깊은 데로 내려가느니라”(18:6-8)

죽고 사는 것이 혀의 힘에 달렸나니 혀를 쓰기 좋아하는 자는 혀의 열매를 먹으 리라”(18:21)

두루 다니며 한담하는 자는 남의 비밀을 누설하나니 입술을 벌린 자를 사귀지 말 지니라”(20:19)

지혜자의 입의 말들은 은혜로우나 우매자의 입술들은 자기를 삼키나니 그의 입의 말들의 시작은 우매요 그의 입의 결말들은 심히 미친 것이니라 우매한 자는 말을 많이 하거니와 사람은 장래 일을 알지 못하나니 나중에 일어날 일을 누가 그에게 알리리요”(10:12-14)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그것이 사 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니라”(15:11)

무릇 더러운 말은 너희 입 밖에도 내지 말고 오직 덕을 세우는 데 소용되는 대로 선한 말을 하여 듣는 자들에게 은혜를 끼치게 하라”(4:29)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너희가 알지니 사람마다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며 성내기도 더디 하라 사람이 성내는 것이 하나님의 의를 이루지 못함이라” (1:19-20)

혀는 능히 길들일 사람이 없나니 쉬지 아니하는 악이요 죽이는 독이 가득한 것이 라 이것으로 우리가 주 아버지를 찬송하고 또 이것으로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을 받은 사람을 저주하나니 한 입에서 찬송과 저주가 나오는도다 내 형제들아 이 것이 마땅하지 아니하니라”(3:8-10)

그러므로 생명을 사랑하고 좋은 날 보기를 원하는 자는 혀를 금하여 악한 말을 그치며 그 입술로 거짓을 말하지 말고”(벧전 3:10)

너희 말을 항상 은혜 가운데서 소금으로 맛을 냄과 같이 하라 그리하면 각 사 람에게 마땅히 대답할 것을 알리라”(4:6)

자녀들아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요일 3:18)

 

말을 내뱉는 것은 쉽고 순식간이지만, 그 말에 대한 책임은 평생토록 가져가야 한다. 그러므로 때와 상황을 깨닫지 못하고 닥치는 대로 마구 주워 먹듯이 말함으로 비대하게 살찜에 맡기지 말고, 은혜를 끼치고 덕을 나타내고 나의 인격을 고상하게 다듬으며 무엇보다도 높은 곳에 계신(天高)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생명의 복음을 실어 나르는 건강한 언어(言肥)를 흠뻑 머금은 복음의 오색단풍 아니 성령의 구색단풍이 되자. 그래서 남의 단풍 구경만 하는 일생이 아니라 나의 단풍을 구경 오게 만들고 그 감동으로 물듦을 그의 인생 책갈피에 아주 오래토록 꽂아 놓게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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