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 교회소개 >
  • 목양칼럼
페이스메이커(Pacemaker)
임현희 2016-08-11 추천 5 댓글 0 조회 1922

4년 마다 개최되는 올림픽의 화려한 막은전야제로부터 시작이 된다지만 그 서막을 올리는 것은 개회식 때 성화대에 점화를 함으로부터이다. 올림픽 대회기간 메인 스타디움에서 계속 타오르는 성화는 고대 올림픽에서 유래는 했지만 어느 정도 성화다운 면모를 갖추어 사용한 것은 1928년 제9회 암스테르담올림픽 대회부터 이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성화대와 성화 봉송식이 갖추어진 것은 1936년 제11회 베를린 올림픽대회부터이다.

 

   올림픽 성화는 고대 올림픽경기의 발상지인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태양광선으로 채화된다. 고대 그리스의 복장을 한 여성들이 채화를 한 다음, 릴레이의 첫 주자에게 성화를 건네주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1955년 제36회 전국체육대회 때부터 강화도 마니산 참성단에서 채화하여 전국체육대회 주경기장까지 봉송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한편, 올림피아에서 채화된 성화는 산 넘고, 물 건너 통과하는 나라마다 유명한 운동선수 등 봉송 주자들에 의해 릴레이를 한 후 개최지 올림픽 경기장으로 운반된다. 통과하는 나라나 개최국에서 봉송 주자들을 엄선하지만 그중에서도 최종 성화 봉송 주자는 마지막 순간까지 베일(veil)에 가려진다.

 

   각 국의 스포츠 기자들은 개최국의 스포츠 스타들을 물망에 올려놓고 나름대로 추측성 보도를 하게 된다. 31회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개최되기 직전에 많은 기자들은축구공이 둥글다는 사실만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떠올리는 이름인 세계적인 축구 스타 펠레(Pele)일거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물론 이제는 노인이 되어 건강상의 문제 때문에 고사했다는 풍문이 있기는 하지만, 정작 최종 성화 봉을 들고 나타난 사람은 반데를레이 리마였다.

 

   리마는 우리에게 비운의 마라토너로 잘 알려졌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마라톤에 출전한 리마는 37지점까지 선두를 달리다 갑자기 코스에 뛰어든 아일랜드 출신의 종말론 추종자가 덮치면서 함께 넘어졌다. 다시 몸을 일으켜 달렸지만 페이스가 일그러진 리마는 결국 선두 자리를 이탈리아 출신의 스테파노 발디니에게 내주면서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그는 경기가 끝난 뒤내게 메달 색깔은 중요하지 않다. 나는 메달을 따겠다는 약속과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올림픽 정신을 지켰다고 말해 전세계인들을 감동시켰다. 이듬해 동료들이 명예 금메달을 제작해 주려고 했지만나는 내 동메달이 더 마음에 든다며 극구 사양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준 선수에게 주는피에르 드 쿠베르탱메달을 그에게 수여했다.

 

그가 아름다운 관을 네 머리에 두겠고 영화로운 면류관을 네게 주리라 하셨느니라”(잠언 4:9)

 

   이렇게 개회식 속에 성화 채화는 꽃봉오리의 암술과 수술이라고 한다면, 모든 경기의 대미를 장식하는 종목은 마라톤이다. 마라톤은 42.195Km를 달려 메인 스타디움인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는 경기인데, 리마가 이중 37Km 지점까지 페이스 조절을 잘 하여 선두로 달려오다 불의의 습격을 받아 넘어져 페이스도, 더 진한 메달도 놓치게 되었으니 그 속마음이야 오죽했으랴!

 

   그러나 사실 마라톤에는 매번 대회마다 뭔가 뿌듯함으로 마라톤 질주를 하다가 어느 순간 애석함과 아쉬움으로 질주에서 이탈해야만 하는 마라토너가 있다고 한다. 이름 하여페이스메이커라 부른다. 엄밀히 말해서 페이스메이커는 육상경기뿐만이 아니라 자전거 경주에서도 등장한다. 그들의 임무는 중거리 이상의 육상과 자전거 경주에서 대회의 일정 기준이 되는 속도를 만들어주는 소위 에이스들의 도우미라 말할 수 있다.

 

   마라톤을 예를 들자면, 일반적으로 마라톤 경기의 페이스메이커들은 선두그룹과 함께 달리면서 그 그룹의 속도를 더 빨리 가게 만드는 임무를 한다. 그러나 페이스메이커는 단순히 속도를 빨리 내게 하는 목적 보다 구간별로페이스를 맞춰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 마라톤 경기에서 주최 측이 바라는 최고기록이 2시간 7분이라고 가정을 했을 때, 각 구간별로 그 기록을 낼 수 있는 속도를 정해서 맞추어 주는 것이다. 그 책무를 잃은 채 보란 듯이 빨리 뛰기만 한다면 페이스메이커들은 하프코스만 달리고 경기를 포기하게 될 것이고, 페이스메이커를 따라 풀코스를 달리는 마라토너들 또한 페이스를 잃어버려 경기를 포기할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래서 보통의 페이스메이커들은 수준 높은 마라톤 선수들 보다는 한 단계 아래 급의 선수들이기 때문에 하프코스 정도까지 뛴 체력이 오버페이스가 되어서 그 이상을 제대로 달리기는 힘들게 된다고 한다.

마음을 같이하여 같은 사랑을 가지고 뜻을 합하며 한마음을 품어”(빌립보서 2:2)

 

   페이스메이커의 기쁨은 자신이 맡은 구간에서 페이스 조절을 잘 하여 에이스를 이끌어 줌으로 그가 좋은 기록으로 우승하게 될 때일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승자의 이름만을 환호하겠지만 그렇게 엄청난 환호를 받는 우승자는 자신의 페이스메이커에게 환호와 감사를 전하게 된다.

 

두 사람이 한 사람보다 나음은 그들이 수고함으로 좋은 상을 얻을 것임이라”(전도서 4:9)

 

   우리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공생애라는 마라톤을 막 출발할 즈음에 제대로 된 페이스메이커를 만나셨다. 육신의 혈육으로는 친척 형뻘 되는 사람이었고, 믿음 또한 고매해서 예수님의 구간 동역자로서 손색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우리가 잘 아는 세례 요한이다. 세례 요한은 예수님의복음 마라톤의 출발에서 어느 지점까지를 책임 맡은 페이스메이커였다. 육 개월 먼저 태어났다고 우기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이미 따르는 제자가 많은 것이 한 순간도 자랑으로 드러나지 아니했다. 실로 예수님의 가시는 복음 발길을 예비하는 책임을 겸손히 이행할 뿐이었다. 만일 누가 잘 달린다고 칭찬이라도 하게 되면내 뒤에 오시는 이는 나보다 능력이 많으시니 나는 그의 신을 들기도 감당하지 못하겠노라”(3:11)하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예수님은 세례 요한이라는 페이스메이커를 잊지 않으시고 칭찬하셨다.“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여자가 낳은 자 중에 요한보다 큰 자가 없도다”(7:28)라고 말이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 주님께서 나의 천국 길 마라톤의 페이스메이커로 자처하고 나서셨다. 인생의 구간과 구간 그리고 고비 고비마다 자기의 십자가를 지고 가는 우리에게 가장 힘 든 것은 십자가의 무게로 인하여 발걸음이 무뎌지고 더디어 지는 것이다. 그런 나에게 페이스메이커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내 짐을 가볍게 하여 분발케 하고 속도를 내게 해 주시며 참된 음료가 되어 주신다. 모든 것이 다 나에게 승리를 주시기 위함이요, 영원한 생명을 반드시 취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시다.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심으로 반 족장 앞서셔서 끝까지 페이스메이커가 되어 주셨는데 알고 보니 그 분은 나의 한 수 아래 선수가 아니라 감독이시다. 아니 복음 대회장이시다. 그리고 그곳에서 월계관 정도가 아니라 친히 가장 아름다운 화관이 되어 상 주시는 분이시다.

 

그 날에 만군의 여호와께서 자기 백성의 남은 자에게 영화로운 면류관이 되시며 아름다운 화관이 되실 것이라”(이사야 28:5)

 

   우리의 복음 마라톤은 말이 마라톤이지 장애물 경기와도 같다. 그것도 허들과 같이 빤히 들여다보이고 규칙적으로 나열된 장애물이 아니라 영적 안목을 가진 안경을 써야 만이 분간하고 분별해 낼 수 있는 숱한 장애물이 있다. 그것들은 달음질을 잘 하는 우리의 갈 길을 막아 진리를 순종하지 못하게 만들며, 코스 이탈을 하여 믿음에서 파선하도록 유도한다. 맹인에게 안내견이 꼭 필요하듯이, 이제 우리는 성령 충만함의 체력을 지닌 누군가의 페이스메이커로 자처하고 나설 때가 되었다. 나로 말미암아 누군가가 복음 마라톤의 기록이 좋아지고, 그 나라까지 완주할 수 있다면 얼마나 보람되고 영광스런 일일까?

 

   세상에서는 금, , 동으로 상 얻는 자가 구분된다지만 우리 주님은 믿음으로 동역하며 최선을 다해 결승점까지 다다른 모든 자에게 면류관을 쓰게 해 주신다고 약속하신다. 그 달려가는 길에 성령님께서 응원단장이 되시고 수많은 믿음의 선진들께서 응원단이 되셔서 길 좌우에서 박수를 보내신다. 그리하여 이후에 주님 나라에 들어갔을 때 내가 누군가의 인생 한 구간에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준 까닭에 좋은 기록으로 천국에서 면류관을 쓰고 계신 분들이 많이 계신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해본다. 이제 일어나자. 힘써 일어나자. 복음 마라톤의 발걸음이 무뎌지고 더디어지는 성도들의 페이스메이커가 되기 위해서 말이다. 아니 나 자신에게도 생명의 말씀을 밝혀 달음질이 헛되지 아니하고 수고도 헛되지 아니함으로 그리스도의 날에 우리 주님 앞에서 자랑할 것이 있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공교롭게도 제31회 올림픽이 개최되는 올 해는 한국인이 올림픽에서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건지 꼭 80년이 되는 해이다. 80년 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관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가장 먼저 스타디움으로 들어서는 동양인 청년이 있었다. 분명코 그의 심장에서는 조선의 더운 피가 흐르고 있건만 가슴팍에는 일장기가 새겨 있었다. 결승선 테이프를 가장 먼저 끊고도,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르고서도, 가슴팍에 달린 일장기가 한이 되어 청년은 고개를 들지 못하는슬픈 금메달을 목에 무겁게 걸었다. 최근에 독일 공영방송은잘못된 깃발 아래 승리라는 제목으로 손기정 옹의 스토리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방영하였고 이제야마라톤 영웅80년 만에 국내외에서 재조명되고 있는 듯하다.

 

   경우와 과정은 다르겠지만 이후에 주님 앞에서 부끄러운 면류관을 써서는 아니 되잖겠는가. 가슴에는 성령님의 더운 열정의 피가 흐르고, 밖으로는 주의 이름을 의지하여 행함과 진실함이 가득함으로 주님 사모함의 길을 걷고, 내가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변함없는 사랑과 믿음으로 동역하여 잘 감당한 까닭에 우리 모두 주님께서 천국 빛난 보석으로 꾸민 시상대에서의의 면류관을 받아쓰게 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며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도니라”(디모데후서 4:8)

 

자유게시판 목록
구분 제목 작성자 등록일 추천 조회
이전글 천고마비(天高馬肥) 임현희 2016.11.10 5 1979
다음글 장미 담은 가시 임현희 2016.06.08 5 2227

561203 TEL : 063-211-4475 지도보기

Copyright © 전주팔복산교회. All Rights reserved. MADE BY ONMAM.COM

  •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