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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한 사람
임현희 2015-03-23 추천 1 댓글 0 조회 1073

교육학에는하아로우의 실험이라는 이론이 있다. 심리학자인 하아로우 교수가 이런 실험을 했다. 젖을 먹는 아기 원숭이들 앞에 엄마 원숭이 대신 두 개의 인형을 만들어 놓았다. 하나는 철사로, 다른 하나는 천으로 엄마 원숭이처럼 만들어 그 가슴에 우유병을 넣어두었다. 그러자 모든 아기 원숭이들은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따뜻한 천으로 만든 인형 원숭이의 품에 있는 우유병에 마음을 주었다고 한다. 인간관계에서도 온유함으로 푹신푹신한 성품을 가진 사람이 많은 친구라는 영토를 사랑으로 점유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5:5)

 

  성경에는온유라는 하나님의 말씀이 많이 담겨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온유는 예수님의 마음이요, 성령 하나님이 맺게 해 주시는 믿음의 사람들의 열매이기 때문이다. 부드럽고 따뜻한 온유한 마음으로 멍에를 메고 포용과 나눔과 섬김의 밭갈이를 하며 주님께 한 수씩 배워 나가는 사람은 마음의 평안을 얻어 쉼의 은혜가 찾아 들지만, 단단하고 거칠어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게 될 마음을 드러내는 사람의 마음에는 불안과 괴로움으로 뒤척임이 임할 뿐이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11:29)

 

  우리의 삶의 언어 중에는푹하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대개 겨울날씨를 나타내는 순 우리말로서 날씨가 겨울 날씨답지 않게 따뜻하고 포근한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요즘 같아서는 봄과 가을이 언제 왔다가 언제 떠나는지가 모호해졌다지만 아직도 새벽 날씨는 내복을 만지작거리는 갈등을 일게 만드는 날이 있음을 볼 때겨울봄이라는 계절의 신조어에 기대어 있는 것 같다.

 

  이 푹하다는 말은 겨울의 끝자락에 제법 이름을 날리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날씨의 특성을 나타내는 말 중에삼한 사온’(三寒四溫)이 있다. 이 말은 글자 그대로 북쪽의 차가운 고기압이 발달하여 기세를 부리면 매섭고 추운 날씨가 삼일 간 지속되다가, 남쪽의 따뜻한 공기가 가위 바위 보해서 이기게 되면 그 뒤 사일 간이 따뜻한 기온을 드러냄을 이르는 말이다. 이렇듯 겨울은 겨울이로되 강추위 뒤에 상대적으로 좀 따뜻한 기온이 갖다 주는 체감을 인간들은푹하다라는 표현으로 감사의 보답을 하는 것 같다.

 

  삶의 자리나 신앙생활에서도 얼마든지 언어와 행동이 푹한 사람을 만나 볼 수 있다. 그가 푹하게 펼친 언행의 융단에 앉아 있으면 얼마나 포근하고 따뜻하고 편안한지 모른다. 혹시부드러운 카리스마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카리스마’ (charisma)는 많은 사람들을 휘어잡거나 심복하게 하는 능력이나 자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에, 무력과 권세가 그 무기나 되는 것처럼 생각하기 싶다. 그러나 그것은칼있으마이고, 진정한 카리스마는 푹한 부드러움에서 힘의 위용을 나타내게 된다.가장 겸손한 선지자 칼빈이라는 책에 보면 푹한 칼빈의 이야기가 나온다. 종교개혁자 칼빈이 이태리에서 스트라스버그로 가다가 그의 친구 윌리엄스 페넬을 만나기 위해 제네바에서 잠깐 머물게 된다. 이때 그 친구 페넬이 제네바에서 종교개혁 운동을 하자고 권한다. 본래 칼빈은 훌륭한 학자를 꿈 꾸어왔다. 그런데 친구의 끈질긴 권유를 받은 칼빈은 그것이 하나님의 뜻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제네바에 머물면서 종교 개혁 운동에 가담한다. 하지만 이 칼빈은 너무나도 엄격하고 철저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반발을 사게 되어 결국 3년 후에 제네바시의 시의회의 결의에 의해 추방을 당하게 된다. 그럴 때 그는 아무 원망과 불평도 하지 않았다. 그런 일이 있은 지 3년 후 아무래도 칼빈이 있어야 이 일이 바로 되겠다고 생각하여 다시 초청을 하게 된다. 이 때에도 역시 칼빈은 그것을 하나님의 뜻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기꺼이 내민 손을 붙잡는다. 보통 사람 같으면쫓아낼 땐 언제이고 오랄 때는 언제이냐며 거부했겠지만 그는 가라고 할 때 갔으며, 오라고 할 때에 아무 말 없이 다시 돌아왔고 모든 것이 하나님의 장중에 있음을 고백하며 푹한 마음을 뒤로 감추지 아니했다.

 

  또 한사람 푹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드러낸 사람이 있다. 모세이다. 모세가 구스 여자를 취한 일로 미리암과 아론이 비방의 전면에 서서여호와께서 모세와만 말씀하셨느냐 우리와도 말씀하지 아니하셨느냐라고 하나님에게 까지 들리도록 한바탕 쏟아 부었다. 그런데 이 비방의 삼한(三寒)이 그치자 대응에 나선 것은 모세가 아니라 하나님이셨다.“이 사람 모세는 온유함이 지면의 모든 사람보다 더하더라”(12:3)하시며내 종 모세는 내가 대면하여 명백히 말하는 사람이라고 사온(四溫)을 불어넣어 주셨다. 말에 힘이 있고, 행동에 강함이 있는 것은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숨은 사람이다. 마음에 숨은 사람이 하나님의 마음에 합해야 하나님께서 그를 곳곳에서 값어치 있는 인생으로 사용하시어 시절을 좇아 열매 맺게 하신다.

 

너희의 단장은 머리를 꾸미고 금을 차고 아름다운 옷을 입는 외모로 하지 말고 오직 마음에 숨은 사람을 온유하고 안정한 심령의 썩지 아니할 것으로 하라 이는 하나님 앞에서 값진 것이니라”(벧전 3:3-4)

 

  거북이의 목을 강제로 빼어낼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은 없다고 한다. 거북이의 체중이 불과 25-40 파운드 밖에는 안 되나, 150-200 파운드를 가진 사람의 힘으로도 절대로 빼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목을 집어넣고 잔뜩 움츠린 거북이를 따뜻한 난로 가에 데려다 놓으면 슬그머니 목을 내민다고 한다.‘왜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다 나에 대해 목을 움츠리고 마음을 닫고 있는가라고 지탄하지 말라. 먼저 나의 인품이 차가운 얼음장은 아닌지, 나의 언어가 뾰족한 송곳은 아닌지 말씀의 거울에 비추어 보자. 어느 공연장에서 모자를 벗어야 하는 규칙을 어긴 채 버젓이 모자를 쓰고 폼 잡고 앉아 있는 중년 남자가 있었다. 주의를 주어 모자를 벗도록 해야 하겠는데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이렇게 방송 멘트를 했다.“신사 숙녀 여러분, 먼저 반가운 소식을 전해 드릴 수 있게 되어 무한한 영광입니다. 저희 공연장에서는 오늘에 한해 70대 이상의 남자에게만 모자를 쓰는 것을 허락하기로 방금 결정 하였습니다.”방송 멘트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 남자는 살그머니 모자를 벗었다고 한다.

 

유순한 대답은 분노를 쉬게 하여도 과격한 말은 노를 격동하느니라”(15:1)

 

  어느 덧 춘분도 지났고, 산수유도 피고, 이른 개나리도 얼굴 내민 것 보니 분명 봄이 왔다. 자연은 이미 계절의 푹함을 만끽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사순절의 끝자락에 서 있다. 우리 주님께서 십자가에서 나를 위해 푹한 더운 피를 아낌없고 남김없이 흘려주셨건만 아직도 눈 감고, 귀 막고, 목 움츠리고, 손 오므리고, 마음 처닫고, 발 접고 있지는 않는지. 이제 넙죽 엎드려 우리 주님의 푹한 은혜를 듬뿍 들여 마셔서 마음에 숨은 사람을 푹한 것으로 만드는 사순절이 되었으면 싶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옷 입기가 제일 까다로운 사람은 젊은 여성들일게다. 그런데 혹시 우리의 까다로움 때문에 우리 주님 나를 위해 한 벌 해 오신 의로운 옷 입히기에 곤혹스러워 하시지는 않을지 주님의 마음도 헤아려보자. 나의 푹함 때문에 나의 삶의 어우러짐의 자리가 성령 꽃으로 활짝 꽃 피워지게 하자. 그리고 그곳에서 기쁨과 즐거움과 풍부한 화평으로 숨바꼭질 놀이 해보자.

 

그러나 온유한 자들은 땅을 차지하며 풍성한 화평으로 즐거워하리로다”(시편 3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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