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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성인지 장례성인지
임현희 2015-02-28 추천 0 댓글 0 조회 884

언젠가 다른 총대 분들과 총회를 향해 가는 차중에 한 장로님께서 한참을 통화하시더니 혼잣말로장례성이 있구만하시면서 전화를 끊으신다. 처음에는장래성으로 들었다가 약간의 설명이 있은 후에는장래성’(將來性)이 아니라장래성’(葬禮性)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지인되시는 분이 병약해져서 더 이상 살 소망이 없어 머지않아 장례를 치르게 생겼다는 의미였다.

 

  내일은 3·1절이다. 191931일은 동양평화는 물론 세계사적으로 역사의 물줄기를 돌려놓은 3·1운동이 피식민지 국가로 신음하던 우리 땅에서 요원의 불길처럼 일어났고, 이 만세운동은 전 세계를 향해 외친 정의와 인간존엄의 사자후였다. 일본 제국주의는 을사늑약에 이어 1910822일 강요된 합방조약을 체결하여 한국을 식민지로 만들어 강점하였고 다양한 모습으로 민족혼을 옭아매어 박탈하고 유린하고 수탈하며 무단통치를 실시했다. 이에 민족대표 33명이 발기하여 독립선언서를 낭독 선포하고, 탑골공원에는 수많은 군중들이 운집하여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만세시위운동을 전개하였으니 마침내 3·1운동은 전국적으로 확산 전개되어 나갔다. 다행스럽고 감사한 것은, 하나님께서 3·1운동을 주도한 민족대표 33인 중에 16인의 기독교인을 포진시키셔서 여전히 우리 민족의 장래성을 유지시켜 주셨다는 것이다. 또한 1919년 총회 자료에 의하면 체포된 3,804명 중에 목사와 장로가 134, 전도사가 202, 남자교인 2,162, 여자교인도 531명이나 되었고, 그 중에서 40여 명이 총살 및 사형을 당하였고, 일제에 의해 불탄 교회도 46개소에 이르렀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전범인 일본은 아직도 야욕을 멈추지 않고 자행함으로 장례성을 불태우고 있다. 독도 영토 분쟁화, 교과서 왜곡, 전범들이 누워있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 위안부 문제 부정, 평화헌법 개정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와 동남아 여러 나라를 자극하는 망언과 망동, 우경화 행동, 군사대국화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다. 독립운동가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의 미래는 없다라며 역사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또한 이 3·1운동은 대한민국 건국에 없어서는 안 될 중대한 사건이다 보니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도 3·1운동의 전통을 계승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날의 외침의 의미와 정신은 점점 가물가물해져 가고 있다. 얼마 전 한국 갤럽이 전국의 성인 1005명에게 3·1운동과 한일관계에 대해 몇 가지 조사를 했다. 3·1운동(1919)이 일어난 해당 연도를 묻는 질문에서는 답변자 중 32%만이 정확한 연도를 알고 있었고, 1910년 한일 강제병합 연도를 잘못 알고 있는 응답자도 23%였으며, 그나마 해방된 해(1945)는 국민 58%가 알고 있음이 위안이 되었다. 안타까운 것은 3·1정신의 계승보다는 올 해는 이 날이 주일이어서 공휴일이 되지 못하니대체휴일을 만들자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이다. 속 모르는 소리인지는 몰라도, 그 날에 유관순 열사가 만세 소리가 채 가시지 않은아우네 장터에 가서대한민국만세!”를 외치려 하는 건지, 아니면 그곳에 가서 병천 순대라도 한 그릇 드시고 오려는 심산인지 말이다. 갤럽의 항일 독립운동가하면 떠오르는 인물의 응답으로는 1위 안중근(47%)에 이어 김구(45%), 유관순(37%), 윤봉길(30%), 안창호(13%), 김좌진(11%) 순으로 확인됐다. 어디 이분들뿐이랴!

 

  그 당시 모든 독립 운동가들은장례성을 지닌 분들이었음에 틀림이 없다. 나라를 구국하기 위하여 목숨을 내어 놓고 활동했기 때문이다.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사랑하는 아들에게 보낸 편지는 눈물 없이는 접할 수 없을 것 같다.“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딴 맘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 아마도 이 편지는 이 어미가 너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여기에 너의 수의를 지어 보내니 이것을 입고 가거라. 어미는 현세에서 너와 재회하기를 기대치 않으니 다음 세상에는 반드시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거라.”

 

  유관순 열사의 유언 중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내 손톱이 빠져 나가고, 내 귀와 코가 잘리고, 내 손과 다리가 부러져도 그 고통은 이길 수 있사오나 나라를 잃어버린 그 고통만은 견딜 수가 없습니다. 나라에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 밖에 없는 것만이 이 소녀의 유일한 슬픔입니다.”그리고 김구 선생님은백범일지에 언제 읽어도 가슴 뭉클한나의 소원이라는 글을 올렸다.“네 소원이 무엇이냐 하고 하나님이 물으시면 나는 서슴지 않고내 소원은 대한 독립이요.’하고 대답할 것이다. 그 다음 소원은 무엇이냐고 하면 나는 또우리나라의 독립이요.’할 것이요, 또 그 다음 소원이 무엇이냐 하는 셋째 번 물음에도 나는 더욱 소리 높여서나의 소원은 우리나라 대한의 완전한 자주 독립이요.’하고 대답할 것이다. 동포 여러분! 나 김구의 소원은 이것 하나밖에는 없다. 내 과거의 70평생을 이 소원을 위하여 살아왔고, 현재에도 이 소원 때문에 살고 있고, 미래에도 나는 이 소원을 달하려고 살 것이다. 독립이 없는 백성으로 70평생에 설움과 부끄러움과 애탐을 받은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이 완전하게 자주 독립한 나라의 백성으로 살아보다가 죽는 일이다. 나는 일찍 우리 독립 정부의 문지기가 되기를 원하였거니와, 그것은 우리나라가 독립국만 되면 나는 그 나라의 가장 미천한 자가 되어도 좋다는 뜻이다. 왜 그런가하면 독립한 제 나라의 빈천이 남의 밑에 사는 부귀보다 기쁘고 영광스럽고 희망이 많기 때문이다.”

 

주의 궁정에서의 한 날이 다른 곳에서의 천 날보다 나은즉 악인의 장막에 사는 것보다 내 하나님의 성전 문지기로 있는 것이 좋사오니”(84:10)

 

사즉생 생즉사’(死卽生 生卽死) , 살고자 하면 죽고 죽기를 각오하면 산다는 말을 들어봤는가! 지난해 엄청난 관객몰이에 성공한 영화명랑에서 이순신 장군이 열악한 조건에서 전쟁에 임하는 각오를 대신한 말이며, 종종 정치인들이나 스포츠인들이 중요한 선거나 시합에 나서기 전에 비장한 각오를 밝힐 때도 인용되는 문구다. 영화명랑이 방영될 때는 관객이 되어주지 못했지만 노회원 수련회를 다녀오면서 차중에서 시청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막상 영화가 시작되었을 때는 창밖을 주시하며 그 옛날 감명 깊게, 아니 영화에 대한 첫 사랑의 감회에 흠뻑 젖어들었다. 초등학교 시절 처음으로 영화관에 가서 단체 관람을 했는데 그 때 영화 제목이성웅 이순신이었다. 얼마나 멋지고 유쾌 상쾌 통쾌하던지. 그 날 이후로 커서 이순신 장군이 되겠다는 친구가 여럿 생겨났다. 상념에 깊이 젖어들 즈음 어디서 중엄한 목소리로 성경봉독을 하는 소리가 귀에 박힌다.“살고자 하면 죽고 죽기를 각오하면 산다.”물론 이순신 장군이 부하들의 사기를 충전시키고 전투열정을 일으키기 위해서 다그쳐 외친 말이다.

 

  그러나 이 말씀은 나의 주님이신 예수님께서 이미 장례성을 지닌 삶을 살아 장래성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내게 주신 말씀 아니던가.“무릇 자기 목숨을 보전하고자 하는 자는 잃을 것이요 잃는 자는 살리리라”(17:33). 사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죽기를 각오하며 십자가의 길을 걷게 되면 생명이신 우리 주님에 의해 그의 장래가 영생의 길로 이끌림 받게 되지만, 생명의 주님을 등지고 자신의 소위에 따라 장래를 운운하는 인생은 장례성을 지닌 길을 재촉할 뿐이라는 것이다.

 

  때마침 우리는 사순절의 영적 터널을 지나고 있다. 삶은 암울하고 어두워 보여도 내 영은 주님의 생명의 빛으로 가득하다. 이번 사순절만큼은 우리 주님께장례성을 크게 인정 받아보자. 그러므로 죽자 또 죽자 다시 죽자. 그래서 한국교회와 세계 열방에 무엇보다도 하나님 나라에 장래성 있는 하나님의 어여쁜 딸과 아들로 거듭나자.

 

그러나 진리의 성령이 오시면 그가 너희를 모든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시리니 그가 스스로 말하지 않고 오직 들은 것을 말하며 장래 일을 너희에게 알리시리라 (16:13)

 

너의 장래에 소망이 있을 것이라 너의 자녀가 자기들의 지경으로 돌아오리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3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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