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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중이떠중이
임현희 2015-02-17 추천 0 댓글 0 조회 1211

벌써 스무 해가 지났을 이전에 막 유치원에서 돌아온 딸아이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빠를 차고로 끌고 간다. 세발자전거에 시승할 시간이다. 딸아이는 앞에 앉혀 핸들을 잡게 하고 아들은 뒤에 앉게 한 뒤, 노끈을 핸들에 묶어 조심스럽게 끌려 하는데 신난 딸아이가 갑자기시발하며 환호성이다. 순간유치원에 가면 욕부터 배운다는 말이 사실인가?’생각하며 뒤를 돌아보니 천진난만한 두 아이는 얼굴에 홍조를 띤 체 아빠가 빨리 출발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마음을 다 잡으면서유치원에서 선생님이시작출발이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하게 되다보니 아이가 그 두 단어를 혼용해서시발이라고 했나보다라고 생각하며 세발자전거를 통한 좋은 아빠의 걸음을 떼었다.

 

  훗날 우연하게 국어사전에서시발이란 단어가 버젓이 등재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시발’(始發)차 따위가 맨 처음으로 출발함, 처음으로 시작되다라는 뜻으로 설명이 되어 있었다. 물론 유치원에 다니는 딸아이가 이것을 깨달아 알아서 사용한 단어는 아닐 테지만 멋모르고 잠시라도 상스러운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어감을 받았던 아빠의 마음이 조금은 부끄럽게 여겨졌다.

 

  모든 일과 상황에는 시작과 그 유래가 있기 마련이다. 여기 저기 모인 변변치 못한 사람들이란 뜻을 가진어중이떠중이란 말에게도 분명 그 유래가 있을 것이다. 때는 숭유억불정책이 한창이던 조선시대, 길동이처럼 서자출신인 한 사내가 있었다.‘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 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니 차라리 내 산중에 들어가 수도나 하리라.’고 마음먹은 사내는 그 날부터 산중에 들어가 깊은 수도를 시작한다. 한편 아버지는 서자 아들이 산에 들어가 중이 된 걸 너무 안타까워하며, 호형호제를 허하노니 다시 돌아오라 하라며 사람을 시켜 아들을 데리러 보냈다. 몇날 며칠이 걸려 산 속에 도착한 하인은 서자 아들을 드디어 찾았지만 아들은 이미 도를 통달하여 마침 공중부양을 하고 있는 찰나였다. 그 모습을 본 하인은 너무나 놀라 뒤로 나 자빠질 뻔 하였다가 겨우 중심을 잡고서 한다는 말이! 중이, 떠 중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어중이떠중이의 유래가 아니라 웃자는 얘기일 게다.

 

어중이는 어중간(於中間)하다가 명사화된 것으로 신분이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하게 낀 사람이라는 뜻이고,‘떠중이는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므로어중이떠중이는 여기 저기 모인 변변치 못한 사람들이란 뜻으로 사용된다. 어중이떠중이를 뜻하는 말은三朋四友에서 유래가 되었다. ‘三朋은 원래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며 사는 사람들이 임시로 거주하기 위해 지은 오두막을 말하는데, 방목하는 사람들이 사는 압봉(鴨蓬), 사냥하는 사람들이 사는 궁봉(弓蓬), 도자기 혹은 숯을 굽는 사람들이 사는 요봉(窯蓬)을 합친 말이다. 이는 서로 다른 일을 하는 친구가 아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으로 변하게 되었다. 그리고四友는 원래 가장 믿음직한 네 종류의 친구를 일컬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이 두말이 합쳐지면서 각 방면에서 순서 없이 모여든 쓸모없는 사람들 즉, 변변찮은 사람들을 얕잡아 이르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내가 네 행위를 아노니 네가 차지도 아니하고 뜨겁지도 아니하도다 네가 차든지 뜨겁든지 하기를 원하노라 네가 이같이 미지근하여 뜨겁지도 아니하고 차지도 아니하니 내 입에서 너를 토하여 버리리라”(3:15-16)

 

  한 때진품명품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있었다. 집안에 오랫동안 걸려있던 그림 한 점, 진열된 도자기 한 점을 가지고 나왔다가 10억을 호가하는 감정을 받기도 하지만, 때로 그것이 가짜 그림임이 밝혀져 쓰레기로 전락하는 경우도 있었다. 공산당은 당원의 성분을 나눌 때 토마토 공산당원, 사과 공산당원, 수박 공산당원으로 나눈다고 한다. 안과 밖이 다 빨간 공산당원은 토마토 당원이고, 겉은 빨간데 벗겨보면 하얀 사람이 있는데 이는 가짜 공산당원이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신앙인중에도 진품명품이 있고 가짜가 있을 수 있지 않겠는가? 토마토 신앙인이 있고 사과 신앙인이 있을 수 있단 말이다.

 

  신앙생활에서도 이른 바 사이비 그리스도인 즉거의 그리스도인’(almost christian)이 있고, 예수님이 자기 인생의 전부가 되어 생명 걸고 싸우는온전한 그리스도인’(altogether christian)이 있다. 부흥 전도자 존 휫필드는어떤 사람이 거의 그리스도인인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규정했다. 첫째로 하나님과 이 세상 사이에 양다리를 걸치고 믿는 사람, 둘째로 기독교를 남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고 도덕적인 선행과 좋은 교제를 나누는 모임으로 여기는 사람, 셋째로 거듭남이나 내적 변화, 하나님과의 영적 연합을 경험하지 못하며 믿는 사람, 넷째로 돈과 쾌락을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름대로 순종도 하나 부분적으로 순종하고 자기가 기준이 되어 믿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온전한 그리스도인일까? 나는 사도 바울과 그의 생애 속에서 한 단어를 발췌해 내어본다. 사도 바울이 베스도 총독과 아그립바 왕 앞에서 눈 하나 깜짝하지 아니하고 똑똑하고 분명하게 생명의 복음을 전하자 베스도는 큰 소리로 화를 내며바울아 네가 미쳤도다 네 많은 학문이 너를 미치게 한다”(26:24)라고 말했다.“미쳤다라는 말을 듣고 기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사람을 지칭할 때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의 세대 속에서는 무엇에 열정을 가지고 몰두할 때 그 일에 미쳤다라고 표현을 하기도 한다.

 

  우리는 한 분야를 즐기다 못해 너무 좋아하는 사람을마니아라고 일컫는다. 헬라어로미쳤다는 말이마이네인데, 이것이 영어로는마니아’(mania)이다. 사실 인류 역사는 자기 일에 미쳐버린 사람들이 이룬 업적과 성취에 의해 발전해 온 발자국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한국교회의 위기는 예수님에게 미친 사람, 복음전도에 미친 사람, 교회 사랑에 미친 사람이 사라진 것이다. 반대로 세상에 미친 사람, 쓸데없는 일에 미친 사람이 많아진 것이 위기라 생각한다.

 

  아마도 베스도가 크게 소리 내어바울아 네가 미쳤도다라고 했을 때, 사도 바울은 재판정이 떠나가도록 그리고 유리 창문이 달달 떨리도록 더 큰 소리로 기뻐 웃었을 것임에 틀림이 없다. 물론 베스도가 미쳤다고 말한 의미는 비아냥거리며 비난한 말일 테지만 사도 바울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복음 사역이 어필되고 있음에 그래서 조금치라도 주님께 그 은혜를 보답하게 되었다는 일말의 안도감에 크게 기뻐했을 것이란 말이다. 그러므로 오늘날에도 사도 바울에게 그렇게 들려졌던 것처럼목사야 장로야 권사야 집사야 성도야 너 예수에게 미쳤구나.”그리스도인들을 향해 미쳤다고 손가락질하는 소리가 동서남북 사방에서 들려와야 한다는 것이다. 분명코 건강한 교회엔 그리스도의 사역에 미친 목회자가 있기 마련이다. 건강한 교회엔 주의 사역에 미친 장로와 성도들이 있다. 오늘 이 땅의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권세와 권능을 잃어버린 것은 진정한 예수 마니아들이 없기 때문이다. 가스펠 마니아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예수 마니아들, 성령 마니아들이 살아나야 진리가 살고 정의가 살고 복음이 살고 교회가 살아난다. 그러므로 어쩌면 교회의 위기를 자초한 원흉은 다름 아닌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어중이떠중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나 자신은 아닐 런지.

 

유대인에게나 헬라인에게나 하나님의 교회에나 거치는 자가 되지 말고 나와 같이 모든 일에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하여 자신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고 많은 사람의 유익을 구하여 그들로 구원을 받게 하라”(고전 10:32)

 

  우리에게 복음이 전해진 것도 100년 전 복음 세일에 미쳤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는가? 내 조국에 발을 디뎠던 참 고마운 선교사들은 오늘 복음을 전하고 내일 죽을 사람들처럼 몸서리치는 추위와 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전도에 미친 존재감을 드러냈던 복음 마니아들이었다. 언더우드 선교사는 안산읍 발왈 장터에서 전도를 하다가 얼굴을 못 알아볼 정도로 온 몸이 부어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던 젊은이를 위해 3일을 금식기도하며 복음을 전하고 기도하여 온 가족을 구원하였고, 알렌 선교사는 부흥운동이 귀신을 쫓아내고 병든 자를 기적적으로 고치는 능력사역으로 확장되고 있었다고 보고하였으며, 대구에서 활동하던 아담스 선교사는 본국에 보낸 편지 중에서나는 올해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 최근 나는 하루에 한 교회를 세우고 있다고 미친 전도열정을 보고했으며, 탁월한 한국어 실력으로 사랑을 받던 젼킨(Junkin) 선교사는 추운 겨울 자신의 몸을 돌보지 못하고 이 마을 저 마을 뛰다가 급성 폐렴에 걸려 죽었다. 또한 클랙 선교사와 시릴로스 선교사는 어린 자녀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해 어린 아이들을 먼저 하나님 곁으로 보낸 아픔이 있었으며, 게일 선교사는 아내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급성장하는 교회들을 돌보기 위해 뛰어다녔다 한다. 의료선교사 월리엄 홀 박사를 먼저 천국에 보낸 29살 로제타 홀 사모는 젖먹이 어린 아이와 함께 본국에 돌아가 다시 선교사로 파송 받아 한국으로 돌아와 평양 땅에 여성병원을 세워 밤낮으로 미친 듯이 복음을 전하였다. 그리고 서울 합정동 양화진에는 낯선 이국땅에 복음 마니아로서 미친 열정으로 내 백성들에게 생명의 복음을 내려놓고 조용히 주님의 품에 안긴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선교사들의 무덤이 가지런히 안장되어 있다.

 

  코카콜라 사장이내 혈관 속엔 피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코카콜라가 흐르고 있다며 세일에 미친 열정을 자아냈던 것처럼, 오늘 우리의 혈류에도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이, 생명이 되게 하는 피가 강수와 같이 흘러야 한다. 그리하여 머리에서 발끝까지 어느 작은 한 부분도 그 보혈이 통하지 아니하여 마비됨이 없는 복음 마니아로서의 미친 열정으로 세워져야만 한다.

 

  여럿 어중이떠중이나, 거의 그리스도인을 가지고는 교회가 교회다울 수 없고, 시대 속에서 복음의 영향력을 행사하여 많은 사람을 그리스도께로 인도할 수 없다. 이제는 하나님을 중심으로 하는하중이와 말씀에 순종하여 신앙 생활하는순중이그리고 성전을 중심으로 미친 열정을 토해내는성중이로서의 온전한 그리스도인(altogether christian)이 필요한 시점에 다다랐다. 어중이떠중이 되어 세상의 허탄한 것으로공중부양을 꿈꾸지 말고, 마지막 날에 하늘의 능력으로 끌어 올려 져 공중에서 주님을 영접하여 항상 주님과 함께 있을 그 날을 사모하며 지금의 자리에서 예수님 복음의 마니아 되어 미친 존재감을 힘 있게 드러내자.

 

주께서 호령과 천사장의 소리와 하나님의 나팔 소리로 친히 하늘로부터 강림하시리니 그리스도 안에서 죽은 자들이 먼저 일어나고 그 후에 우리 살아 남은 자들도 그들과 함께 구름 속으로 끌어 올려 공중에서 주를 영접하게 하시리니 그리하여 우리가 항상 주와 함께 있으리라”(살전 4: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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