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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되세요
임현희 2014-04-09 추천 0 댓글 0 조회 614

대심방을 하게 될 때는 언제 끝나나 싶었는데, 막상 은혜 중에 대심방을 마치고 나니사람이 바쁠 때가 좋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모처럼 여유로운 마음으로 교회 뒷산에 펼쳐진 벚꽃과 파스텔톤의 연한 잎이 잘 어우러진 한 폭의 수채화를 감상하고 있다가 문득 임박한 노회와 그리운 사람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안부를 묻는 문구와 봄꽃 가득한 사진 한 장을 같이 발송했다. 얼마 후 반가운 목소리를 되돌러 받게 되었다. “조락 조락 졸리는 시간에 목사님의 사랑어린 격려문자와 예쁜 꽃 사진 때문에 봄기운이 활짝 피어났노라고......”

 

사람은 그 입의 대답으로 말미암아 기쁨을 얻나니 때에 맞는 말이 얼마나 아름다운고”(15:23)

 

  저녁나절이 되어 다른 문제메시지를 확인하다가 낮에 발송했던 문자를 열어보았다. 순간 정신이 번쩍 뜨였다. 분명코 지인에게 보낸 문자의 끝자락은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봄의 숨결과 같이 따뜻함과 포근함과 향기로운 사람이 되라는 의미로모든 사람의이 되세요라고 발송했는데, 남겨진 증거자료에는모든 사람의이 되세요였던 것이다.

 

  봄 꽃 사진과 함께 보내졌으니 으로 잘 이해하신건지, 아니면 사순절 기간에 주님의 섬김과 결부되어진 의미로 잘 아로새기신 건지, 하여튼 오자가 있었음에 탓하지 않으시고 사랑하는 마음만을 잘 담으신 그 분의 인격이 더욱 살갑게 다가온다.

 

  삶의 어간에서는 간혹 비속어로내가 너의 봉이냐라는 말과, 비슷한 의미로내가 호구냐또는지갑이냐라는 말을 사용하곤 한다. 소설가 박완서(1931.10.20.-2011.1.22.)씨의소설어 사전에 보면봉이란, 됨됨이가 어수룩하여 속이거나 이용해 먹기 딱 좋은 사람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옛날, 동네에서 그래도 방 몇 칸을 보듬고 사는 집에는 머슴도 있었다. 분명코 어른이지만 어수룩해서인지 사람 좋아서인지는 몰라도 동네 아이들까지 하찮게 대하며 놀려대기도 했고, 주인은 시도 때도 없이 이것저것 궂은일을 시켜댔지만 머슴은 김치 한 가닥과 고추장에 흰쌀밥 한가득 쌓아 주면 헤벌쭉하며 온 세상을 얻은 듯 하는 평화를 유지했다. 안 마당에는 머슴이라는 봉이 있었는가 하면, 찬장 속에는달챙이 숟가락이라는 봉이 있었다. 이 숟가락은 마스터 해결사였다. 깜밥(누룽지)을 긁어낼 때에도, 틈새의 묵은 때를 벗겨낼 때에도, 감자 껍질을 벗길 때에도, 방문을 잠글 때에도, 할머니 비녀 대용으로도 이른바 쓸 자리만 있으면 사용되는만사의 봉이었다.

 

  그런데 성경에도 봉 된 삶을 사신 분이 계신다. 바로 나의 구주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우리 주님은 근본이 하나님의 본체이시나 하나님과 동등 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시어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낮추시고 십자가에 죽기까지 복종하신 분이시다. 만 인류를 죄와 사망의 법에서 해방시키시기 위해서 죄가 한 가지도 없으신 주님이 가장 중죄를 지으신 분같이 모든 죄인 된 인류의 봉이 되어 이리치고 저리 치시며 끌려 고난과 고초를 다 당하시고 끝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다. 이로써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나음을 받아 영원한 생명을 취하게 된 것 아니겠는가?

 

  주님의 봉 된 삶! 아니 우리가 주님 때문에 봉 된 삶을 살 때, 어느 누가 하찮고 의미 없는 삶이라고 핀잔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주님을 위해 죽고, 주님을 위해 산다고 수도 없이 되 뇌이면서도, 막상 삶의 자리에서는 봉이 되기보다는 봉을 휘두르는 사람으로 살려고 안달이 나 있다. 입술로는 섬김을 노래하면서 섬김을 받을 자리를 찾아 나서고, 이름도 없이 빛 도 없이 주님의 쓰심에 합당하게 쓰임받길 원한하면서도 나의 수고를 알아주지 않음에 서운해 하고 불평을 늘어놓기 일쑤이다.

 

  이제 나를 살리시려고 기꺼이 봉이 되어 목숨까지 내어 주신 사랑하는 주님께서, 성경을 통해 이렇게 모든 사람의 봉이 되라고 말씀하신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10:45)

 

그가 곤욕을 당하여 괴로울 때에도 그의 입을 열지 아니하였음이여 마치 도수장으로 끌려 가는 어린 양과 털 깎는 자 앞에서 잠잠한 양 같이 그의 입을 열지 아니하였도다”(53:7)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며”(5:39)

 

예수께서 앉으사 열두 제자를 불러서 이르시되 누구든지 첫째가 되고자 하면 뭇 사람의 끝이 되며 뭇 사람을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하리라”(9:35)

 

  사순절에 주님의 발자취를 그래도 엇비슷하게라도 걸으려고 애쓰는 우리의 삶의 뒤안길이 주님 닮은 봉된 삶의 내용으로 흩뿌려져 봄 길을 수놓고 있는지 가끔씩 뒤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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