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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래떡에 조청이면 꿀~떡인 것을
임현희 2014-01-27 추천 0 댓글 0 조회 828

나는 가래떡을 참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그간에 내 입을 즐겁게 해 준 가래떡에 대한 보답 일게다. 명절 때나 집안에 대사가 있으면 엄마는 가래떡을 빼기 위해 떡 방앗간을 찾으셨다. 형은흑임자 깨떡을 좋아했고, 동생은인절미를 좋아했던 것 같다. 그러므로 명절날 가래떡을 뽑으시면 엄마가 더욱 존경스러워 보였고, 더욱 신이 났었다.

 

떡 방앗간을 찾으시는 엄마를 돕겠다고 따라나섰지만, 막상 엄마는 물먹은 무거운 쌀은 머리에 이시고 한 손으로 고사리 손을 꼬옥 붙잡고 말없이 걸으셨다. 엄마의 떡 방앗간 행을 따라 나서는 꼬맹이의 꿍꿍이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계셨기 때문이다.

 

떡 방앗간에 도착하면 새벽 운무에 거뭇거뭇 산등성이만 보이는 것처럼, 서린 김 사이에 사람들은 옹기종기 앉아 조선 팔도 이야기로 백두에서 한라까지 훑고 또 훑고 있었고, 저마다 가져온 그릇들이 주인을 대신해서 줄을 지어있다. 사실 처음에는 가래떡이 줄줄 쏟아져 나오는 모습이 하도 신기해서 순수한 마음으로 주인아저씨의 분주한 행동반경을 조금 벗어난 곳에 쪼그리고 앉아 바라보고 있었는데, 글쎄 그 자리가 제법 콩 꼬물이 떨어지는 자리였다는 것을 포만감을 느끼는 순간에야 알게 되었다. 어른들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가래떡을 한 뼘씩 잘라 손에 쥐어 주셨던 것이다.

 

김이 모락모락 나며 짭조름하게 간 배어진 가래떡은 밥을 대신해주었다. 식으면 식은 대로 맛이 있다. 간혹 지금도 생명의 떡을 설교의 그릇에 담을 때면 두어 뼘 되는 가래떡을 할아버지 흰 수염처럼 길게 늘어뜨려 입에 물고는 아는 듯 모르는 듯 부드럽게 만들어 가며 조금씩 섭취하면서 준비하게 되면 더욱 은혜롭고 맛깔 나는 설교문이 작성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는 생명의 떡이니 내게 오는 자는 결코 주리지 아니할 터이요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라”(6:35)

 

가래떡이 어느 정도 굳어지면 타원형으로 썰어서 떡국 재료로 삼기도 하지만,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구워 먹으면 그게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떡국 재료로 썰어 놓았다가 때를 놓쳐 너무 굳어지면 튀밥을 튈 때 같이 넣어서 튀면 그 또한 담백해서 맛이 좋다. 이러니 가래떡을 사랑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조선 순조 때의 학자였던 도애 홍석모가 우리나라 세시풍속을 집대성한동국세시기에 보면멥쌀로 떡을 만드는데 치고 비벼 한 줄기로 한다. 굳어지기를 기다려 가로 자르는데 얇기가 돈과 같다고 가래떡을 상술해 놓았다. 그런데 왜가래떡일까? 가래라는 말은둥글고 길게 늘이어 만든 것의 도막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가래떡의 모양을 생각해 보면 그 이름이 가장 걸맞다고 하겠다.

설날에 가래떡으로 떡국을 끓여서 먹는 이유는, 새해에는 병에 걸리지 않고 긴 가래떡처럼 오래오래 장수하라는 마음의 염원이 담아있다고 한다. 또한 설에 떡국을 먹어야 비로소 한살을 더 먹는다고 해서 첨세병(添歲餠)으로도 불렸고, 그래서 나이를 물을 때떡국을 몇 그릇이나 먹었냐고 은유적으로 묻곤 한다. 혼기를 놓친 아가씨들에게 은근히 설날이 부담스럽고 두려운 것은, 나이 한 살 더 먹는 다는 떡국을 먹으라는 것이요, 어른들이 무심코 관심 아닌 관심으로 내 놓으시는언제 결혼하냐?”는 말이라고 한다.

 

하여튼 그 시절에 가래떡을 먹으려 하면 반드시 따르는 가래떡 인생의 동반자가 있었으니 그 이름 하여조청이라는 달작 지근한 친구가 있었다. 자연생의 꿀을이라 하므로,‘조청은 인공적으로 만든 꿀이라는 의미이다. 엿기름을 주 재료로 해서 만든 조청은 작은 종제기에 담겨서 가래떡과 부수개의 사이에 놓여 져 사랑받는 존재였다. 그리 달지도 않음으로 가래떡에 돌돌 말아 흠뻑 옷 입혀지다 보면 가래떡도 조청도 금세 바닥을 드러내곤 했다.‘꿀떡이라는 이름의 다른 떡이 있지만 그 때의 가래떡은목 넘어 꿀~이었다.

 

맛있는 가래떡 인생에 더 진한 맛을 끌어 올려 주는 조청처럼, 누군가의 멋있는 인생에 더 멋지고 달달한 생애를 덧입혀 주는 조청과도 같은 사람이 된다면, 그게 행복이고 가장 폼 나는 모습이 아니겠는가. 그 사람은 아마도할 수 있습니다라는 긍정적인 사람이요,“제가 하겠습니다라는 능동적인 사람이요,“무엇이든지 도와 드리겠습니다라는 적극적인 사람이요,“기꺼이 해 드리겠습니다라는 헌신적인 사람이요,“잘못된 것은 즉시 고치겠습니다라는 겸허한 사람이요,“참 좋은 말씀입니다라는 수용적인 사람이요,“이렇게 하면 어떨까요라는 협조적인 사람이요,“대단히 고맙습니다라는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요,“도울 일 없습니까라고 물을 수 있는 여유 있는 사람이요,“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입니까라고 일을 찾아 할 줄 아는 사람일 것이다.

 

그런 조청 인생들이 내 주변에 가득하게 되면 우리는 무엇이든지~하고 삼키게 될 것이다. 오늘도 나의조청 섬김을 통해 사랑하는 성도들이 하나님의 생명의 떡인 말씀을아멘 꿀~하고 삼켰으면 좋겠다. 그래서 더욱 행복하며 하나님 안에서 폼 나는 생애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 곧 나와 실루아노와 디모데로 말미암아 너희 가운데 전파된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는 예 하고 아니라 함이 되지 아니하셨으니 그에게는 예만 되었느니라”(고후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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