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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박사박 소복소복 수북수북
임현희 2014-01-27 추천 0 댓글 0 조회 928

눈이 내린다. 사박사박 새색시 수줍음으로 저마다 맘 드는 곳에 입맞춤을 하더니 금 새 여기저기가 하얀 색감으로 소복소복해진다. 그리고 이제는 모든 만물의 이름 앞에 자를 붙일 만큼 수북수북해졌다. 연인들은 순백의 사랑을 아로새기기 위해서 설경에 묻혀 폼을 잡고, 아이들은 섣부른 눈사람 만들기를 하며 창조주 흉내를 낸다. 밖에 나올 용기를 내지 못하는 여인은 베란다 문을 활짝 열고 연신 설경을 카메라에 담아낸다. 자신도 모르게~~ 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하얀가루 꽃가루를...”이렇게 콧노래를 부르다가 가사가 생각나지 않는지 혼자 멋쩍어 하며 코를 만진다. 그 콧등에도 눈꽃이 살포시 내려 앉아 인사를 하더니 이내 녹아진다

 눈은 여러 가지 환경과 요건에 맞추어 다양한 이름으로 표현된다. 조금씩 잘게 내리는 가랑눈, 빗방울이 갑자기 찬바람을 만나 얼어 떨어지는 쌀알 같은 싸라기눈, 비가 섞여 내리는 진눈깨비, 굵고 탐스럽게 내리는 함박눈, 눈이 내린 후 아무도 밟지 않은 상태인 숫눈, 밤사이에 사람들이 모르게 내린 도둑눈, 그해 겨울에 처음으로 내리는 첫눈, 초겨울에 들어서 조금 내린 풋눈 등이 있다.

  눈은 지표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상공으로 올라가 온도가 낮아져 물방울이 되어 구름을 형성하게 되는데, 구름의 온도에 따라 얼음 알갱이가 되기도 한다. 구름 속에 얼음 알갱이가 많으면 햇빛의 반사가 일어나 하얗게 보이고, 물방울이 많으면 햇빛을 잘 흡수하므로 어둡게 보인다. 따라서 짙은 회색이나 먹구름 속에는 물방울이 많으므로 이런 구름에서 비가 내린다. 온대 지방이나 한대 지방의 구름 속에는 물방울과 얼을 알갱이가 함께 들어 있는데 이러한 구름 속에서는 얼음 알갱이가 승화에 의해 점차 커져 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눈의 결정을 사진으로 보면 얇은 판 모양, 바늘 모양, 별 모양, 기둥모양으로 아름답기 그지없는 눈꽃이지만 한 가지 통일을 이루고 있다. 모두가 육각형이나 육각기둥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육각형 눈 결정은 물 분자들이 육각형으로 배열될 때 가장 안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눈이 빛나고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배열 속에 안정감이 빚어낸 눈()웃음이기 때문이리라. 

  눈은 육각형의 결정을 가질 때 가장 아름답다지만 인간의 가장 아름다움이 발산되는 것은 칠각형의 결정을 가질 때라고 생각한다. 하나님께서 엿새 동안 삶의 자리에서 수고의 땀을 흘리고, 이레 되는 날 하나님의 성전에 나와 하나님을 예배하고, 성도들과 사랑의 교제를 나눔으로 평안과 안식에서 발산되는 아름다움과 즐거움의 극치는 온 땅에 행복으로 흩날리게 될 것이고 곳곳에서 찬란한 소망으로 사박사박, 소복소복, 수북수북 쌓여가게 된다. 더욱이 이 날은 예수님께서 보혈의 지우개로 내 모든 죄악을 깨끗이 지워 주시어 흰 눈보다도 더 희도록 내 영혼에 흩뿌려 주시는 눈이 내리는 날이며, 엿새 동안 초점 흐려진 내 눈을 하나님과 눈 맞추는 날이 아니던가.

하나님이 그 일곱째 날을 복되게 하사 거룩하게 하셨으니 이는 하나님이 그 창조하시며 만드시던 모든 일을 마치시고 그 날에 안식하셨음이니라”(2:3)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오라 우리가 서로 변론하자 너희의 죄가 주홍 같을지라도 눈과 같이 희어질 것이요 진홍 같이 붉을지라도 양털 같이 희게 되리라”(1:18)  

  눈이 오는 것이 부담스럽고 싫은 사람들도 있을게다. 다음 날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들은 수북수북해질 눈을 피하기 위해 벌집에 다닥다닥 들어붙은 벌들처럼 지하 주차장의 여유 공간을 찾아든다. 도로 관리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모래와 염화칼슘(CaCl2)을 뿌려대며 밤새 제설작업을 해야 할 것이고, 전방에서 병영생활을 하는 군인들은 하늘을 원망하듯이 주시하며하늘에서 쓰레기가 내려요라고 푸념하며 눈 치울 걱정이 북풍한설보다 더 차갑게 가슴팍을 파고 들 것이다. 

  그러고 보니 눈이 사박사박 내리든지, 소복소복 내리든지, 수북수북 내리든지 하여튼 최고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동물이 있다. 이름 하여강아지’. 수북수북한 눈공원에는 벌써 눈의 주인공 여럿이 모였다. 흰둥이, 먹둥이, 황둥이, 북실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들이 지면에 닿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대화를 나눌 양으로멍멍짖어대며 즐거움의 영역을 넓힌다. 

  어떤 모임에서눈이 내리면 강아지들이 왜 소고기라도 사 먹은 듯 신나게 뛰어 다니냐고 물었더니,“눈이 좋아서이었고,“발이 시려서 날 뛴다딩동댕이었다. 사실 확인을 위해서 그나마 온순하게 보이는 몇 마리의 강아지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두 종류의 대답을 한다.“멍멍하고으르렁~ 멍멍   

  아직 우리 가족은 강아지를 반려동물로 맞이하지는 못했지만, 교인들의 가정을 심방하게 되면 옆자리에 강아지를 동석시키는 가정이 있다. 예배를 마치면 감동과 감화가 일었는지 무릎에 와서 살포시 기댄다. 우연히 강아지의 발바닥을 만지게 되었는데 도톰한 검은색 패드와 같이 몰랑몰랑 촉감이 좋았다. 바로 이 발바닥이 설원에서 추운 기색 없이 썰매를 끌게 되고, 눈밭을 폴짝폴짝 뛰어다닐 수 있는 비장의 무기라는 것이다. 개의 발바닥은 두터운 지방층으로 되어 있어서 뛸 때 충격을 완충해 줄뿐더러, 몸의 열을 빼앗기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해부학적으로 개의 발바닥에 분포한 혈관들은 가느다란 정맥을 굵은 동맥이 감싸는 형태로 마치 실타래를 틀고 있는 것처럼 얽히고설켜 있어서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따뜻한 동맥이 차가워진 정맥을 데워주면서 발바닥 온도를 적당하게 유지해준다는 것이다. 이른바 개의 몸에는개뚜라미 보일러가 설치되어 있는 셈이다. 이런특수 열 교환 시스템은 비단 개에만 있는 건 아니다. 북극곰, 펭귄같이 추운 극지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발바닥에도 갖추어 있다. 

  그렇다면 개들이 눈이 오면 온 세상 기쁨과 즐거움을 자기네들 품에만 안으려는 듯 날뛰는 것은 남다른열 교환 시스템을 갖추었다고 자랑하는 몸짓일까? 개들은 기본적으로색맹이다. 녹색과 검은 회색은 일부 알아본다고 하지만, 인식 수준이 매우 낮아 색맹이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따라서 눈이 내리게 될 때 개들의 눈에는 세상이 온통 검은색과 흰색의 흑백사진처럼 낯설고 이채로운 세상으로 보일 것이 뻔하다. 또한 개들은 근시라서 먼 곳의 물체를 잘 식별하지 못하지만 움직임에는 매우 민감하다. 해가 가려져 어둡고 우중충한 날씨에 눈이 내리면, 어두운 배경에 새하얀 눈송이가 불똥처럼 흩날리는 풍경이 연출되어, 개들에겐 매우 자극적인 풍경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개들은 눈 그 자체보다, 눈이 올 때의 세상 풍경이 신기하기 때문에 좋아서 날뛴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인간이나 동물 모두에게 분명 겨울은 여러모로 힘든 계절 일게다. 하지만, 아련한 생각을 떠올려보면 우리 모두에겐 코끝이 루돌푸 사슴 코처럼 빨갛게 되고, 손등이 쩍쩍 갈라졌어도 추위를 녹이는 더운 입김을 몰아쉬며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하고, 얼음지치기도 하며 신나게 뛰놀았던 추억이 가슴 한 편에 담겨져 있다. 결국, 우리가 힘들다고 느끼는 건 겨울 그 자체보다 그것을 받아드리는 자세에 있는 게 아닐까 싶다. 힘들고 어려운 계절이지만, 강아지들은 따뜻한 발바닥과 독특한 시력으로 겨울을 견뎌나간다. 이런 때일수록성령 열 교환 시스템을 가동하여 사랑, 희락, 화평, 인내, 자비, 양선, 충성, 온유, 절제의 온도를 높여가고, 우리 주님의 안목으로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고 삶을 아름답게 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박이가 소복이가 되더니 제법 덩치 큰 수북이가 되었다. 서로 마음 닫고()싸움만 할 것이 아니라, 순백색 설원에 심장 내려놓고 서로의 따뜻한 입김 불어내며()싸움한 판 신나게 해 보자. 그리고 서로를 부둥켜안고 이렇게 찬송하자.“주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내영혼이 찬양하네 주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내영혼이 찬양하네.”
 

  이 눈은 어떤 사람에게는 차가움으로만 다가서겠지만, 강아지들에게처럼 아름답고 신기함으로 그래서 기쁨과 즐거움을 일게도 만들 것이다. 더욱이 하나님께서 양털같이 내리신 눈은, 어느 순간 육각형 아름다운 결정을 녹여 지면에 스며들어 동장군의 기세에 눌려 잠시 몸 추스르는 수목들의 뿌리와 만나 벌써 봄의 대화를 나누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겨울도 분명 하나님께서 인생에게 허락하신 계절임에 틀림이 없다. 그 시절개털모자개털 귀마개가 유난히 따뜻했던 것은 눈 덮인 겨울을 따뜻하고 즐겁게 맞이하는 개들의 체취가 담겨져 있어서 그러지 않았나 싶다.

이는 비와 눈이 하늘로부터 내려서 그리로 되돌아가지 아니하고 땅을 적셔서 소출이 나게 하며 싹이 나게 하여 파종하는 자에게는 종자를 주며 먹는 자에게는 양식을 줌과 같이”(5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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