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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거즈(gauze)수건
임현희 2013-10-03 추천 0 댓글 2 조회 850

어느 식품회사에서 어버이를 대상으로어버이날 가장 받기 싫은 선물이라는 설문 조사를 했다. 그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고 의외였다. 싫은 선물 1위는 가장 많은 자녀들이 기본적으로 어버이날이면 선물하는 그것, 바로카네이션으로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선정된 이유는어버이날 선물로 반드시 카네이션만 받아야 하는 법은 없다라는 것이어서 다소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조작이 어려운전자기기, 성의 없고 의례적인 인사 같다는현금이 꼽혔다.

  어버이날 싫은 선물 뿐 아니라 어버이날 부모님들이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에는아픈 데 없이 건강하다1위를 차지했고,‘선물 필요 없다. 니들 살림에 보태 써라’,‘바쁜데 내려오지 마라라는 말이 그 뒤를 이어, 자신보다 자식을 먼저 생각하는 부모님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자식들이 성장해 나오면서 반찬투정, 용돈투정을 부리게 될 때, 기껏 화나면 하시는 말씀이내가 뱃속에서부터 너한테 투자한 것 다 적어놓았다가 나중에 돈 벌면 다 청구 하련다, 그 때 딴소리하기 없기다라고 말씀하심으로 투정의 진로를 막곤 하셨다.

 

  이제는 말 그대로 자식들에게 기대고 이것저것 청구하실 때가 되었건만, 어버이들은 지금도 주고 또 못 주어 안달나신 분들처럼 한없이 주시기만 하신다. 그렇다고 주시기만 하시기에 쭈글쭈글 빈 가슴과 손등만 남겨있는 것이 아니라, 얼굴에는 화사한 보람의 미소가 가득 담겨져 있고, 손등에는 사랑의 온기가 봄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있다.

어버이의 사랑은 내리 사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예수님의 십자가의 사랑 다음으로 이 땅에서 맛볼 수 있는 고귀한 사랑인 까닭에, 감히 자식들이 흉내 낼 수 없는 고품격의 자리에서 아래로 흘러 들어올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한 이치 아니겠는가?

 

  내 사랑하는 어머니에게는 동화 속에 나오는 무엇이든지 말하는 대로 주인을 실어 나르고 소원을 이루어 주는마법의 양탄자가 하나 있었다. 이름 하여가재(거즈) 수건이다. 하나의 실로 성기게 짜여 진 하얀 천으로 만들어진 수건 말이다. 어머니의 몸뻬에 고이 간직된 이 수건은 필요한 자리에 요긴하게 적용되었다. 아이 젖을 먹일 때는 턱 받침으로, 상처가 났을 때는 압박 붕대로, 풀밭에 앉을 때는 방석으로, 하나님께 금반지를 헌물 할 때는 반지 케이스로, 아이 얼굴의 터널에 하얀 기차가 들락날락할 때는 기차를 멈추게 하는 데 사용되었다. 물론 성기게 짜여진 수건으로 아이 코 끝을 몇 번만 세게 훔쳐내면 벌겋게 잔상이 남겨지곤 했다.

 

  내가 자랄 때만 해도, 전통혼례 방식을 취하는 이웃이 많았기에 그 가정의 마당에서 연회가 베풀어졌다. 그 때, 어머니의 거즈 수건은 또 다시 능력 발휘를 할 기회가 왔다. 아이들의 코로 더덕더덕 뭉쳐진 수건을 잘 펴서 잔칫상 아래에 대기를 시킨다. 젓가락으로 집어든 음식과 주전부리들은 어머니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보다는 거즈 수건에게 먼저 충분히 배부르게 먹인다. 우리 형제들은 결혼식에 다녀오신 어머니의 고운 한복 자태 보다는, 펑퍼짐하게 적당히 펴져있는 어머니의 치마 속 몸뻬 주머니에 거즈 수건으로 다소곳이 포장된 그것에 초미의 관심이 쏠려있다. 인절미, 수래미(오징어), 눈깔사탕, 은행꽂이, 명태전, 부수개 등. 다음의 관심은 한 종류에 하나밖에 없는 주전부리를 누구에게 어떻게 분배해 주시느냐였다. 번번이 느꼈던 것은 형과 동생에게 맛있는 것이 분배되었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TV에서자연 다큐를 방영하는데 미물인 새들도 둥지에 있는 새끼들에게 골고루 배분한다는 것을 알고는 마음을 다잡기로 했고, 결혼하여 두 아이를 키우다 보니 결코 편협한 생각이나 편애를 할 수 없는 게 부모 마음임을 깨닫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서 거즈 수건은 찾아 볼 수는 없지만, 대신에 더 아름다운 직물로 수놓아진 수건들은 많아졌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수건이라 할지라도 처음 눈 마주친 때부터 지금까지 한순간도 쉬지 아니하심으로 사랑을 꺼내 먹여주시는어머니라는 수건과 비길 것이 그 어디에 있단 말인가!

 

  지금도 어머니는 새벽기도회 때 맨 앞자리에 앉으셔서 기도하신다. 찬송을 부르실 때 가끔씩 아픈 다리를 펴시거나 주무르시면 그렇게 마음이 짠하고 아플 수가 없다. 그 어머니의 기도 은덕에 행복 튼실한 목회를 하고 있다는 확신이 마음속에 항상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리라.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이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고서 기분 좋게 마차를 타고 달리고 있는데 그 옆에 앉아있는 대령이 위스키 병을 가방에서 꺼내 들고각하, 한잔 하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 링컨은 손을 내저으면서나는 술을 못 하오라고 말했다. 조금 후 대령이 담배를 권하자 링컨은대령! 우리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마지막 부탁을 했소. 술과 담배를 일생동안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달라는 것이었지. 나는 어머니가 편히 눈을 감으실 수 있도록 하려고 일생 술 담배를 하지 않겠다고 서약했네. 목숨처럼 이 서약을 지키겠다고 말했지. 당신이 나라면 술 담배를 할 수 있겠소?”그러자 대령이 말했습니다.“저라도 술 담배를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내게 그런 어머니가 있었다면 나도 대통령이 되었을 것입니다.”훗날 링컨은 이런 유명한 말을 남겼다.“경건한 어머니를 둔 사람은 결코 가난하지 않다고 말이다.

 

내 아들아 네 아비의 훈계를 들으며 네 어미의 법을 떠나지 말라”(1:8)

 

  오늘날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은혜롭고 아름다운 목회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주어도주어도 끝이 없이 풍성한 어머니의 기도의 거즈 수건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의 목회의 몸뻬를 뒤적이다 보니 어머니와 꼭 닮은 거즈 수건이 들어있다. 그 수건은 한 가족만을 위해 사용될 거즈 수건이 아니라, 온 성도들을 위해 아니 온 땅의 하나님의 기대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사용될 수건이기에 더 넓고 튼실해 보인다. 지금도 나는 건널목을 교차하며 지나는 이름 모를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내 사랑하는 성도들에게 풍성하게 담아 날라야 할 것을 떠올리고는 마음의 거즈 수건을 조용히 펼쳐 담는다.

 

  그런데, 어머니에게 꽃구경을 시켜 드리려고 근교에 있는꽃잔듸공원을 찾았다. 조금 이라도 더 예쁘고 좋은 꽃을 보여드리려고 조심조심 손을 맞잡고 구릉을 걸었다. 어느 순간 꽃이 슬퍼보였다. 어머니의 손아귀의 힘이 작년 보다 많이 약해졌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다급하게 아들의 등 어리 수건을 어머니에게 내밀었다. 나의 사랑하는 어머니!

 

자녀들아 주 안에서 너희 부모에게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은 약속이 있는 첫 계명이니 이로써 네가 잘 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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