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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산길에 꽃이 피었다
임현희 2013-10-03 추천 0 댓글 2 조회 773

아내는 작은 울림에도 감동을 받는다. 저녁식사를 비교적 일찍 마친 나는울림작전에 돌입했다. 평소 즐겨먹던 담백한 비스킷 몇 개를 호주머니에 숨겨 넣고 아파트 뒷산을 거닐자고 제안을 했다. 아무도 없는 산길을 걸으며 넌지시 아내의 손을 잡고고향의 봄동요를 불렀다. 훈훈한 고향의 정서가 서로의 마음에 교감이 되자 맞잡은 손에도 땀이 배었다. 호주머니를 뒤적거려 야외 도시락을 꺼내들었다. 비스킷 말이다. 봄 동산을 거닐며 한 쪽씩 입에 넣어 준 비스킷이 이렇게 맛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오랜 세월 전, 수줍은 선남선녀의 끊겨진 대화를 이어주던고소미라는 비스킷 이야기도 하며 봄 길을 걸었다.

 

  문득 깨닫게 된 것은 우리 부부가 걷는 이 산길은 아무도 없는 길이 아니라 많은 아름다운 것들의 어우러짐이 동행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폐부 깊숙이 신선함을 실어 날라준 맑은 공기, 따뜻하고 훈훈하여 고향의 봄과 같은 숲 냄새, 연녹색 이파리들의 너울 춤, 작은 곤충들의 구애하는 몸동작들, 보일락 말락 하며 대화를 요청하는 산새들의 지저귐, 예쁜 아내를 시샘하듯이 수줍은 연분홍빛 얼굴로 곁눈질하는 진달래 꽃......

 

  요즘 산천 야에 한 동안벚꽃이 이렇게 많았단 말인가!’하고 감탄을 했었고, 얼마 후에는철쭉과 조팝꽃이 이렇게 많았던가!’감탄하며 사진 가득이 담았었는데, 아내와 손과 마음을 맞잡고 걷는 이 산길에도 이름 모를 야생화가 길가 가지런히 눈에 한가득 들어온다. 제비꽃도 보이고, 구슬봉이도 보이고, 냉이꽃도 보이고, 이름 하여난 한적한 들에 핀 꽃이라고 속삭이는 여러 종의 야생화가 수수함으로 그리고 적막한 산길을 넉넉히 채움으로 그 자리에 있었다. 주님의 세계는 참 싱그럽고 아름답다.

 

마태복음 6:26“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들이지도 아니하되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기르시나니 너희는 이것들보다 귀하지 아니하냐

 

  작자 미상인 영국의 동화책 중에깨진 항아리와 주인의 내용을 보면, 약간 금이 간 못생긴 항아리가 있었는데 주인은 그 항아리를 물 긷는데 사용했다. 세월이 오래 지났는데도 주인은 다른 것으로 바꾸지 않고 깨지지 않은 항아리와 똑같이 아껴왔다. 금이 간 항아리가 주인께 너무 미안해서주인님! 어찌하여 깨진 저를 버리지 않고 계속 사용해 주십니까?”라고 물었다. 주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사용했다. 그러던 어느 날얘야! 우리가 걸어온 길을 보렴하고 조용히 말했다. 길가에는 예쁜 꽃들이 자랑하듯이 싱싱하게 피어 있었다. 금이 간 항아리는 궁금해서 다시 물었다.“주인님! 어떻게 이 산골 길가에 이 많은 예쁜 꽃들이 피어 있을까요?”주인은 빙그레 웃으면서메마른 산길 가에서 너의 금이 간 틈으로 새어나온 물을 먹고 자란 꽃들 이란다라고 말했다.

 

  어제는 모 집사님 가정에서 이사 예배를 드렸다. 언뜻 보아도 이전보다 발 디딜 영역이 상당히 넓어진 평수의 아파트인데 모든 물품들이 제 자리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포근함이 그대로 옮겨져 있었다. 이사를 하려고 짐을 풀어 놓으면어떻게 이 많은 것들이 이 울안에 있었는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큰 맘 먹고 버릴 양으로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가재도구, 신발, 헌 옷, 낡은 책, 그릇들을 한쪽으로 챙겨놓는다. 그런데 모든 이삿짐을 실어놓고는 자연히 눈길이 그곳에 가게 된다. 그리고 다양한 사연과 공헌도와 이유가 접목되어 또 다시 이사 집 목록에 재입성하게 된다.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제 아무리 구닥다리고 짐이라 할지라도 주인이 쓰겠다하며 버리지 않는 한 그 모든 것은 소중함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한 때의 공헌과 정에 못 잊어 남겨지는 위치가 아니라, 지금 주인의 쓰임에 잘 준비되어 요긴하게 이용되는 위치라면 얼마나 좋을까?


디모데후서
2:21“그러므로 누구든지 이런 것에서 자기를 깨끗하게 하면 귀히 쓰는 그릇이 되어 거룩하고 주인의 쓰심에 합당하며 모든 선한 일에 준비함이 되리라

 

  그렇다. 주인이 쓰겠다고 생각하면 버릴 것이 없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하나님께서 지금 그 어느 자리에 나를 남겨 두셨다면 분명히 작은 무엇인가에라도 사용처가 있기에 남겨 두신 것이 아니겠는가! 비록 언어와 표정과 마음씀씀이와 열정이 깨어진 항아리와 같아도 말이다. 그렇다고 깨진 항아리임을 자랑하지는 말 일이다. 어서 온전한 항아리가 되어 더욱 풍족하고 흡족히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가득 담아 넘쳐흐르게 함이 더욱 멋진 모습 일 것이기 때문이다.

 

  혹여, 목회를 해 나오면서 원 주인은 따로 계시는데, 내가 임의대로 깨진 항아리로 판단하여 쉽게 외면하고 처분한 항아리는 없는지 생각해 본다. 어쩌면 빈틈의 자리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한적한 공간에 꽃을 피워낸 분들은 그분들의 기도요, 눈물이요, 헌신일지도 모르는데도 말이다.

 

  갑자기 아내의 손을 맞잡은 나의 손에 감사의 땀이 흠뻑 배어나온다. 나의 인생과 목회의 빈 공간에 기도와 눈물과 희생과 수고로 끊임없이 물 주어 아름다운 사계절 아니 일생의 행복꽃을 피워내고 있는 아내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누가 뭐래도 당신은 우리 주님의 동산에 가장 화사하고 향내 나는 꽃이요! 아마도 아내는 내일 저녁에도 건강을 위해 운동 운운하며 일찍 밥상을 차릴 것이리라.

 

아가 2:10-13“나의 사랑하는 자가 내게 말하여 이르기를 나의 사랑, 내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겨울도 지나고 비도 그쳤고 지면에는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할 때가 이르렀는데 비둘기의 소리가 우리 땅에 들리는구나 무화과나무에는 푸른 열매가 익었고 포도나무에는 꽃을 피워 향기를 토하는구나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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