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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가을인가
임현희 2024-09-19 추천 8 댓글 0 조회 232

21세기의 출발선상에 놓였던 2000년 가을에는 전 국민을 TV 앞으로 끌어모으는 한 힘이 있었으니, K본부에서 미니시리즈로 방영한 드라마 가을동화때문이었다. 남매로 자란 은서와 준서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다룬 본 드라마는 방영 당시 40% 내외의 압도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한 만큼, 세간에 큰 주목을 받았으며, 주인공 역할을 맡은 배우를 단숨에 스타덤에 올려준 작품이다.

 

  그 가을 녘에 또 하나, 계절의 스타덤에 오를 만한 일이 연일 지속되고 있다. 분명 절기상 가을이라고 쓰면서 여름이라고 말할 만한 폭염과 기록적인 열대야가 가시지 않음으로 기염을 토하고 있다. 계절을 구분하는 방법은 기상학, 천문학, 절기 등으로 다양하지만, 우리가 통상적으로 구분하는 가을은 9월부터 11월까지를 말한다. 기상학적으로 계절의 시작 기준은, 봄은 일평균 기온이 5°C 이상 올라간 후 다시 떨어지지 않는 첫날이며, 여름은 일평균 기온이 20°C 이상 올라간 후 다시 떨어지지 않는 첫날이고, 가을은 일평균 기온이 20°C 미만으로 내려간 후 다시 올라가지 않는 첫날 그리고 겨울은 일평균 기온이 5°C 미만으로 내려간 후 다시 올라가지 않는 첫날이라고 한다.

 

  그리고 천문학적으로는 추분(923일경)부터 동지(1221일경)까지를 말하고, 24 절기상으로는 입추(88일경)부터 입동(118일경) 사이를 일컫는다. 그러나 기온 변화의 추이로 본 자연계절은 매년 달라지는데, 대체로 일최고기온이 25이하로 내려가는 초가을, 일평균기온이 1015이고 일최저기온이 5이상인 가을, 일평균기온이 510이고 일최저기온이 05인 늦가을로 세분된다.

 

  서울 지역의 기온 관측값을 바탕으로 사계절을 나눠보면 기후 변화에 의한 평균 기온 상승으로 여름의 길이가 눈에 띄게 길어지면서, 가을의 시작은 약 40년 전보다 6일 정도 늦어졌고, 겨울의 시작일도 늦어지긴 했지만 12월 초에 시작하며 가을의 길이가 짧아지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30년 뒤에는 한반도의 여름이 4월에 시작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하며, 사계절 모두 조금씩 기온이 오르면서 과거 늦봄과 초가을에 해당했던 날들이 여름이 되고, 가을과 봄은 그만큼 계절의 길이가 짧아지게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여호와께서 내게 이르시되 내가 나의 처소에서 조용히 감찰함이 쬐이는 일광 같고 가을 더위에 운무 같도다”(이사야 18:4)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가을이 점차 짧아져 간다는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자 겨울을 준비하는 계절이어서 수확에 대한 감사, 풍작의 기원과 관련한 세시풍속이 이 시기에 집중되어 있다. 산천이 단풍으로 물들어 단풍놀이 또한 국민적 놀이로 자리잡고 있다. 가을을 소재로 한 문학과 음악, 미술 등 예술 작품들은 보통 고독과 비애, 처연함과 같은 가을의 여러 형상에 감정을 이입한 작품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화개월령 花開月令에 보면 7월에는 목근(木槿), 백일홍, 옥잠화, 전추라, 금전화, 석죽꽃이 피며, 8월에는 월계, 백일홍이 피고, 9월에는 전추라, 석죽, 사계, 조개황, 승금황 등이 핀다고 했다. 가을에 피는 꽃은 봄과 여름에 비해 그 수가 적다. 알록달록 단풍이 어느 꽃의 화려함보다 못하랴. 무궁화의 꽃은 여름부터 피기 시작하지만 역시 가을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무궁화를 추화(秋華)라고도 하는 것은 이 꽃이 가을의 맑은 하늘에 어울린다는 것을 뜻함이다. 감나무는 아름다운 단풍과 수없이 열리는 열매로 우리나라 마을의 가을 풍경을 대표한다. 감을 깎아 말리는 일과 길가 곶감 장수의 행렬 등은 우리나라 가을의 대표적인 풍경이다. 감을 딸 때에는 나무에 몇 개쯤은 남겨놓고 따는 습속이 있는데, 이것은 이것은 지나가는 나그네를 배려함과 더불어 까마귀와 까치를 위한 것으로, 홍시가 된 뒤 새들이 쪼아먹는 풍경에서 우리 국민의 애민과 자연 애호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오동나무의 잎이 떨어져 가을이 온 것을 알게 된다.”는 시의 한 구절은 쓸쓸하게 저물어 가는 가을을 실감하게 한다. 단풍나무는 우리나라 가을 산의 대표적인 나무로 당단풍나무, 신나무, 복자기나무, 산겨릅나무, 로쇠나무 등 종류가 다양하다. 가을 단풍을 장식하는 수종에는 단풍나무류 외에도 참나무류, 옻나무, 붉나무, 포플라류, 화살나무, 자작나무 등 그 종류가 많은데 각기 나름대로의 색깔로 단장을 한다. 또한, 우리나라 가을을 상징하는 나무로 빼놓을 수 없는 은행나무가 있다.

 

  그리고 산기슭과 밭둑, 그리고 마을 주변 어디에나 서식하는 밤나무가 있고, 야산에는 도토리나무가 숲을 이룬다. “투닥 투닥하며 아들 앞에서 자랑스런 아빠가 되어 알밤을 타작하는 소리가 나고, 숲속에서 다람쥐와 경쟁하며 할머니 걸음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새 가을은 한껏 무르익어 간다.

 

  선조들이 가을을 일러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한 것은 가을을 충분한 식욕의 계절로 인식한 것을 나타낸다. 가을은 풍성한 추수의 기쁨이 있기에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계절로서, 이러한 충족감은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큼만 되어라.’ 하는 속담으로 더욱 구체화되어 있다. 이러한 충족감을 맛보기 위해서는 당연히 고된 농사일이 따라야 했다. 그래서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덤벙인다.’, ‘가을에는 죽은 송장도 꿈지럭거린다.’는 등의 속담이 암시하듯 바쁜 계절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바쁘게 일하면 그 대가가 나온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을은 풍요로운 계절로 인식되어 가을 식은 밥이 봄 양식이다.’라고 하여 봄과 대비시키기도 하였다.

 

게으른 자는 가을에 밭 갈지 아니하나니 그러므로 거둘 때에는 구걸할지라도 얻지 못하리라”(잠언 20:4)

 

  가을은 날씨가 선선하니 등화가친의 계절이라고 하여 독서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지만, ‘조락의 계절이라고 하여 가을에 지는 나뭇잎에서 인생의 한 모습을 바라보기도 했고, 추풍낙엽이라든가 가을 아침의 안개 등은 모두 허무함을 나타내는 말로 계절의 정서를 표현했으며, 가을에 노인을 빗대어 노래하는 것이 많음은 인생의 노년기가 가을에 해당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가을은 또 겨울을 준비하는 계절이어서 월동 준비가 특히 강조되었다. 가을에 거둬들인 것을 갈무리하는 것은 농경 사회에서 대단히 중요한 일로서, 김장을 하고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한 땔나무의 마련도 가을에 해두는 것을 이상으로 삼았다. 천자문의 배열이 가을 추(), 거둘 수(), 겨울 동(), 감출 장()’으로 되어 있는 것도 그러한 생각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 가을인가!”하며 막상 가을을 느끼려 하면 이미 때늦은 계절이 되고 만다. 지금 이 순간 마지막 잎새를 지키려는 가을 나무의 기염’(氣焰) 아니, 성령의 충만함을 입어 만장기염’(萬丈氣焰)으로 가을 동화를 써 내려가자.

 

먹을 것을 여름 동안에 예비하며 추수 때에 양식을 모으느니라”(잠언 6:8)

충성된 사자는 그를 보낸 이에게 마치 추수하는 날에 얼음 냉수 같아서 능히 그 주인의 마음을 시원하게 하느니라”(잠언 2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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